4년 만에 새 음반 '마더' 낸 소프라노 조수미. /사진제공=SMI
당시 앙코르곡으로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를 불렀는데, DVD 영상물에는 ‘포 마이 파더’(For my father)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로 “나도 기억될 무언가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또박또박 내뱉는 말 뒤에 숨은 잿빛 그림자가 당찬 소프라노 얼굴에 드리웠다. 슬픔을 애써 삼키면서도 행복해할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준비한 작품에 여러 감정과 애착이 뒤섞여있는 듯했다.
조수미는 23일 새 음반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치매 어머니를 위해 낸 개인적인 이유의 음반이지만,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MI
어머니에 대한 그의 기억은 원망에서 시작해 애처로움에 이르렀다. 성악가가 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산 어머니는 “너는 나처럼 결혼하지 말고 대단한 성악가로 살아야 한다”며 닦달했고 하루 8시간씩 피아노에 매달리지 않으면 문도 열어주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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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때, 제 유아 시절을 다 빼앗은 것 같은 어머니가 어느 날 설거지를 하는데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꿈을 이루지 못한 ‘여성’의 슬픔이 스쳤다고 할까요. 그때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다가왔죠.”
새 음반 수록곡 13개는 세상 모든 어머니가 쉽게 접할 뭉클하면서도 따뜻한 선율의 집합체다. 산타체칠리아음악원 후배인 이탈리아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와 듀엣도 시도했다. 장르적으로도 정통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민요까지 아우르며 더 친밀하게 다가갔다.
조수미(왼쪽)는 새 음반 '마더'에서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와 듀엣곡 '이터널 러브'를 함께 불렀다. /사진제공=SMI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서도 공연하고 싶어요. 유네스코 평화 예술인답게 대한민국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새 음반 투어 공연 ‘마더 디어’는 오는 5월 8일까지 강릉, 대구, 부산, 서울 등 전국 8개 도시로 이어진다. 어머니보다 더 큰 사랑의 흔적을 만나볼 흔치 않은 기회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