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는 "'반 친구가 상처를 냈다'는 딸의 말을 듣고 학부모 모임에 문제를 제기한 적도 있다"며 "하지만 상대 아이 부모는 '증거도 없는데 누명을 씌웠다'고 제 사과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학대를 당하는지, 괴롭힘을 당하는지 알 길이 없는데 CCTV 없는 곳에서 아이가 계속 다쳐오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어린이집·유치원 교직원 아동학대 적발건수는 3배 가까이 늘었다. 어린이집은 2014년 295건에서 2017년 840건, 유치원은 같은 기간 99건에서 281건으로 증가했다.
학부모들과 아동보호단체는 유치원도 어린이집처럼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아이들은 학대를 당해도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CCTV로 확인을 해야 한다"며 "CCTV를 통해 많은 아동학대 의심사례가 발견됐고 오히려 교사가 학대 오해를 받게 되면 결백을 밝히는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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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등이 CCTV 의무 설치 조항이 사생활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CCTV 설치가 아동학대 방지 효과가 있다는 판단을 내기도 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CCTV 설치는 그 자체만으로 사고 예방 및 아동학대 방지 효과가 있다"며 "보육교사 등 기본권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익이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CCTV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지 4년이 지났으나 아동학대 건수는 줄지 않았다"며 "CCTV가 아동학대 예방장치로 기능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교사와 학부모 양측의 인식 전환과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 양성 과정에서 아동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는 교육을 강조해야 한다"며 "부모들도 교육기관을 의심 대상이 아닌 신뢰할 기관으로 본다면 교사의 사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