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5G·깜깜 폴더블…'세계 최초' 타이틀의 함정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9.04.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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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폴드' 출시 연기…품질 미완성 불구 '세계 최초' 타이틀 조급증에 무리수 지적도

먹통 5G·깜깜 폴더블…'세계 최초' 타이틀의 함정


'조급한 퍼스트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

'갤럭시 폴드(이하 갤폴드)' 출시가 연기되면서 삼성의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 선도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 5G(5세대 이동통신)와 폴더블폰(접는 스마트폰) 등 시장 변화에 가장 빨리 대응하겠다는 강박증이 이같은 결과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빨리 접었나"…타격 불가피=삼성전자는 23일 갤폴드의 글로벌 출시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오는 26일 LTE 모델로 미국에 내놓고 다음달 유럽과 아시아로 출시 지역을 넓힐 계획이었다. 특히 한국에는 다음달 5G 갤폴드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배포한 리뷰용 제품에 일부 품질 문제가 발견되면서 글로벌 출시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초기 리뷰 과정에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일부 제품 관련 이슈가 발견됐다"며 "회수한 제품을 검사해보니 접히는 부분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밀 조사 진행 결과에 따라 설계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오작동의 문제가 아니라면 최악의 경우 설계를 변경하고 제품 조립 등 전체 공정 과정을 다시 짜야할 수도 있다"며 "수개월은 필요한 일이어서 하반기로 출시가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검수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출시 일정을 특정할 수 없다"며 "갤폴드 새 출시 일정은 수 주 내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폴드 결함 제품 조사 결과에 따라 유무형의 손실도 예상된다. 현재 만들어둔 제품을 쓸 수 없을 수도 있고, 일부 부품을 재활용하더라도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갤폴드가 정식 출시 전이라 리콜비용은 따로 들지 않는다는 게 위안이다. 삼성전자가 잡은 갤폴드의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는 100만대선. 주력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처럼 대량 판매와 영업이익이 목적이 아닌 만큼 높게 잡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품 검수 이후 정식 출시되더라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얼마나 잠재울 지 미지수다. 200만원이 넘는 높은 출고가에 1세대 제품에 대한 위험 부담을 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1세대 제품인 만큼 테스터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큰데 이번 출시 지연으로 그 우려가 더 커졌다"며 "폴더블폰 대중화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연간 제품 출시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해왔다. 하지만 갤폴드 출시가 늦춰질 경우 갤럭시노트 판매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 마크 거만이 트위터에 올린 갤럭시폴드 리뷰블룸버그 마크 거만이 트위터에 올린 갤럭시폴드 리뷰
◇5G에 이어 폴더블까지…'세계 첫 타이틀' 발목=업계에서는 이번 갤폴드 품질 논란과 출시 지연 사태가 '세계 최초', '시장 주도권' 강박에 따른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제품 검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출시를 서둘렀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갤럭시S10'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된 갤폴드는 삼성의 첫 폴더블폰이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 속에서 혁신 폼팩터로 새 시장을 만들고 키우겠다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 담겼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갤럭시 폴드가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이 폴더블폰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은 더 다급해졌다. 화웨이는 5G 첫 스마트폰으로 폴더블폰 '메이트X'를 7월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갤럭시S10 5G'를 출시하며 세계 첫 5G 스마트폰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품질 논란이 여전한 것도 '세계 최초' 타이틀 과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국내 이동통신사는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느린 속도와 통신 불안정 등으로 고객 불만을 사고 있다. LG전자는 5G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초 지난 19일로 예정됐던 자사의 첫 5G 스마트폰 V50 씽큐 출시를 미뤘다.

이번 갤폴드 출시 지연 사태는 고동진 대표 체제 출범 후 두 번째 악재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사태에 따른 조기 단종으로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은 위기를 겪었다. 이번 사태 수습에 고 사장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업계에선 삼성의 초기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에서 갤폴드 리뷰용 제품에 사용 1∼2일 만에 화면이 꺼지는 등 오류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삼성은 처음에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일관했고 관련 외신이 쏟아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식 제품 출시 전이긴 하지만 가장 거센 견제를 받는 미국에서 제품을 처음 선보이고, 지적에 대해 뒤늦게 입장을 바꾼건 전략적이지 못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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