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사상최고치 간다. 그 다음은…"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4.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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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1분기 예상외 실적 호조에 '상저하고'(上低下高) 아닌 '상고하저'(上高下低) 가능성

"주가, 사상최고치 간다. 그 다음은…"


"기업 실적이 현재 주가에 비해 괜찮은 편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여름에 가까워지면서 조정을 받을 것이다." (아스토리아 포트폴리오어드바이저스의 존 다비 수석투자책임자)

애초에 시장은 이번 어닝시즌(실적발표시즌)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다. 평균 이익이 전분기보다 4% 줄어든 것이란 게 시장 컨센서스였다. 그래서 올 봄 주가가 조정을 받은 뒤 실적이 개선될 하반기를 앞두고 여름부터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약간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눈높이가 낮아져서인지 지금까지 실적을 내놓은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소속 기업들 가운데 4분의 3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아직 어닝시즌이 초반인 만큼 예단하긴 어렵지만,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하반기 강력한 '기저효과'(바닥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상저하고'가 아닌 '상고하저'(上高下低)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22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8.49포인트(0.18%) 내린 2만6511.05로 거래를 마쳤다. 보잉이 1.3%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최근 추락사고들을 낸 737맥스 뿐 아니라 787 기종에도 제작 결함과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의 영향이 컸다.

반면 S&P 500 지수는 2.94포인트(0.10%) 상승한 2907.97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달성한 사상최고치 2940선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7.21포인트(0.22%) 오른 8015.27로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은 모두 올랐다.


위생용 소비재기업 킴벌리클라크가 이날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주가가 약 6% 뛰었다. 석유기업 핼리버튼의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초과했지만 주가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번주엔 S&P 500에 속하는 기업들 가운데 코카콜라, 프록터앤갭블, 버라이존, 트위터, 록히드마틴, 이베이, 페이스북, MS(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약 140곳이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R.W.바이어드의 윌리 델위치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번주 나올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주 1분기 GDP(국내총생산)도 발표되는데 투자자들 입장에선 그 전에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경제지표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가 다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건수는 521만채로 전월에 비해 4.9% 감소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530만채를 밑도는 것이다.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는 지난해 11월 이후 올 1월까지 석달 연속 감소한 뒤 지난달 반짝 증가했었다.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는 전체 주택거래의 약 90%를 차지한다.

중국발 뉴스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단기적 경기부양보다는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중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기대했던 증시 입장에선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슬레이트스톤웰쓰의 로버트 파블릭 수석투자전략가는 "1분기 실적 호조로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사라졌다"며 "그러나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기엔 아직도 확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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