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규제에 강남 재건축 줄줄이 ‘브레이크’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04.25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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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 은마, 송파 잠실5, 압구정 현대 등 사업 차질…서울시 하반기 재건축 ‘가이드라인’ 시행시 사업문턱 더 높아질 듯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부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부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서울 강남권 대형 재건축 사업이 줄줄이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보유세 강화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맞물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속도조절론'을 꺼내 든 까닭이다. 재건축 사업이 다시 틀어질 위기에 놓이자 지역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마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아파트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은마는 준공 40년이 넘었고, 조합 설립 추진위를 구성한 지 16년이 흘렀다. 2010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재건축 추진 요건을 갖춘 뒤 시에 수차례 정비계획을 제출했다. 하지만 첫 관문인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조차도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2015년말 최고 49층 정비계획을 세웠고 특별구역 지정을 위해 2016년 국제현상설계공모도 했지만 시는 사업승인을 보류했다. 2017년 최고 35층으로 정비계획을 수정했지만 도계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요구한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라며 “재건축 인·허가 의무를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심의를 지연시키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재건축 추진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스1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재건축 추진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스1
송파 잠실 주공5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그간 수차례 정비계획을 바꿨고, 2017년 서울시 제안도 받아들여 국제현상설계공모를 거친 재건축 설계안을 마련됐지만 재건축 심의안은 도계위에 상정되지도 않았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장은 "박원순 시장은 국제현상공모를 하면 재건축 심의를 통과시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1년이 지나도 정부 핑계만 대며 사업 승인을 미루는 '행정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해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던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들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이달 중순 입주자대표회의는 소유주들에게 압구정3구역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운영 중단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설계, 정비업체 계약 등에 돈을 쓰는 건 낭비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사업 추진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재건축을 추진한 대치쌍용1차, 대치쌍용2차 등도 수 억 원에 달하는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때문에 잠정 중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 시장은 최근 방송프로그램과 시의회에서 “강남 재건축 허가는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정비업계에선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하는 ‘사전 가이드라인’ 제도가 향후 재건축 사업문턱을 더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건축 조합 설립 전에 주민들과 아파트 단지 층고, 디자인 등 정비계획 전반을 협의한다는 것이지만, 민간 자율성 침해 및 비용 증가 등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강남 재건축을 막으면 단기적인 가격하락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으로 가격이 급등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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