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별장의 입구/사진=이미호 기자·오문영 인턴기자
찾을 수 있을 듯 없을 듯, 보일 듯 말듯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별장 찾기'가 더욱더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눈에 띄지 않는 입구 때문이었다. 나무색으로 된 여닫이 문 주변이 고목과 수풀로 덮여 있는데다, 이렇다 할 표시조차 없어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이었다면 더 찾기 힘들었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침 별장 앞에 온 경찰차가 없었더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멀었던 여정'은 골프장에서 자동차로 15분(11km 정도)에 불과한 거리였다. 골프 라운딩 후 뒤풀이를 하기에 동선상 '최적의 장소'였던 셈이다.
문을 열면 소로가 나 있고 이 길을 따라가면서 총 6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사진=이미호 기자·오문영 인턴기자
윤중천 별장은 윤씨가 경매 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2014년 경매로 넘어갔다. 맨 첫번째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은 윤씨의 지인 등이 낙찰을 받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가장 안쪽에 있는 5·6번째 건물이 윤씨가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사회 고위층에게 성접대를 했던 장소로 추정된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5번째, 6번째 건물의 모습/사진=이미호 기자·오문영 인턴기자
6번째 건물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야외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과 샤워실을 뒀다. 1층 통유리창으로 넘겨 본 실내는 바닥과 벽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얼핏 보기에도 화려했다. 쓰다 만 것으로 보이는 슬리퍼와 각종 탁자와 의자 등 잡동사니가 얽혀져 있었다.
건물의 각 층은 실내 계단으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층은 침대만 하나 달랑인 방과 맞은편 영화를 볼 수 있는 방으로 구성됐다. 바닥은 레드카펫으로 깔렸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과 스피커, 소파 등이 보였다.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창문을 통해 봐야 했지만, 얼핏 보기에도 유흥을 위한 곳이라는 점을 짐작케했다.
3층은 발코니가 있어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얀 천장과 베이지톤의 대리석으로 된 벽, 통유리창, 그리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어우러져 있어 한눈에 봐도 럭셔리 그 자체였다. 한쪽에는 노래방 기기가 놓여 있고 반대편에는 탁구대가 있었다. 고소인은 노래방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윤 씨가 문제의 그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 눈에 봐도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는 천정이 오픈돼 있어 4층과 맞닿아있었다.
수영장 물이 빠져있고 낙엽만 뒹구는 모습. 수영장 뒤쪽으로 모형풍차가 보인다./사진=이미호 기자·오문영 인턴기자
사회 고위층이 오가며 향락과 성접대가 이뤄졌던 화려한 별장은 이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사법처리를 앞둔 윤씨처럼 쇠락했다.
한편, 윤씨는 '별장 성접대'와 별개인 사기·알선수재·공갈 등의 혐의로 17일 체포됐다. 검찰 수사단은 다음 날인 18일 밤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개인 비리 혐의로 윤 씨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고 '김학의 사건'에 대해 입을 열게 하려던 검찰의 수사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수사단은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