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잊지 않았습니다”…문화예술로 ‘기억되는’세월호 참사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4.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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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이제는]전시, 시집, 공연, 영화 등 문화예술계 곳곳서 추모…직설 또는 은유로 참사에 대한 기억 이어가

노순택, 허송세월 #CEI2601, 종이에 프린트, 가변크기, 2014. /사진제공=4·16재단<br>
노순택, 허송세월 #CEI2601, 종이에 프린트, 가변크기, 2014. /사진제공=4·16재단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가족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은 ‘잊지 않겠다’였다. 올해 5주년이 된 세월 앞에서도 이 단어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문화 예술계가 기억하고 추모하는 각종 행사를 보면, 그들의 넋을 어떻게 위로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문화 행사는 서촌 일대 전시장이다. 4·16재단이 주최하고 예술가 37팀이 참여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전시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그날 이후 참사와 연관된 작품을 대거 드러냈다.

안산 전시는 16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지고, 서울 전시는 공간일리, 통의동 보안여관, HArt, 공간291, 아트스페이스풀 등 5개 공간에서 21일까지 열린다.



통의동 보안여관에서는 매일 저녁 송상희 영상 '신발들'이 상영된다. 검은 바다 위에 신발들이 고요히, 무심히 떠다니는 모습을 통해 그날의 비극과 마주한다. HArt와 공간 291은 각각 만화와 사진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지난 5년을 회고한다.

참사 이후 연대의 현장을 보여주는 구기동 아트스페이스풀에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수많은 사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MT리포트]“잊지 않았습니다”…문화예술로 ‘기억되는’세월호 참사
추모시집도 발간됐다.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걷는사람)에는 신경림, 나희덕, 백무산 등 중견 시인을 비롯해 김현, 양안다 등 젊은 시인의 시 38편이 실렸다. 강원도 시인부터 제주 시인까지 참여해 세대뿐 아니라 지역도 아우른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신경림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중) ‘그래도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입은 열어두어야 한다/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돌아올 수 있도록…’(나희덕 ‘문턱 저편의 말’ 중)

작품들은 떠났음에 슬퍼하지 않고, 단절로 끝내지 않고 연대로 희망을 얘기하며 그들의 ‘죽지 않는 청춘과 현재’를 얘기하려 한다.

공연계에서도 추모 열기는 뜨겁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5월 15~26일 공연하는 연극 ‘명왕성에서’는 은유로 빗대지 않고 세월호 참사 자체와 희생자들의 시간을 전면에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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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연출이 지난 2014년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을 공연하겠다고 약속한 뒤 올리는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여러 기록물과 희생자 가족과 지인들과 메모 등을 토대로 연극화했다.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는 세월호 참사를 ‘현재진행형’으로 인식하자는 의미로 기획공연 ‘제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 5년째 이어진 무대다. 지난 4일부터 시작해 오는 7월 7일까지 이어지는 공연에는 모두 작품 7개가 올라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참사의 의미를 돌아본다.

극장에선 영화 ‘생일’이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지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지난 주말 이틀(13~14일) 동안 18만 4177명을 동원해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76만 1807명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은 유가족들이 서로 기억을 나누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분노나 슬픔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대신, 잔잔하지만 깊은 표정과 대사로 가슴을 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생일'. 영화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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