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업계, 차등의결권 도입 '엇갈린 시선'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19.04.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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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상장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도입안 검토…벤처업계 '환영'·투자업계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업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다른 주주의 권리 침해나 대기업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부딪히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민간 투자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11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외부 투자를 받을 때 지분율 희석에 따른 경영권 약화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1주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정부는 벤처특별법을 개정을 통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8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주주 동의가 있으면 1주당 2~10개의 차등의결권을 가진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벤처기업계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 IT 벤처기업 대표는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경영권 보호장치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업 성장 과정에서 외부 투자금 유치가 필수적인데 지분율이 희석돼 경영권을 빼앗길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는 "무슨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식 같은 심정으로 일궈낸 회사를 끝까지 불필요한 간섭없이 잘 키워보고 싶다는 것"이라며 "여러 추가 조건으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적용하면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앞서 벤처기업인들은 올해 2월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건의하기도 했다.

반면 투자업계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 경계했다. 국내 한 초기 벤처캐피탈(VC) 대표는 "주식회사는 특정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주식에 따라 경영이 결정이 되는 게 기본"이라며 "기업가와 투자자 간의 신뢰를 구축하기보다 대립관계를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차등의결권이 회사를 사유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은 이사회와 주주를 거쳐야지 이에 대한 보완책 없이 대주주 경영권만 보호하는 것은 다른 주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투자심사를 할 때도 차등의결권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고려하는 식으로 민간 투자 영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한 VC 대표는 "투자자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사업 규모도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데, 당장 경영권 방어를 따지는 것은 너무 짧게 내다보는 셈"이라며 "경영권방어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생겨난 것인데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 지분율 희석과 같다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 설립자와 투자자, 근로자 중 어느 한쪽을 과도하게 키우는 정책보다 3개축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정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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