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갈구하는 개인의 평화, 패배하지 않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4.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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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편 소설 ‘총구에 핀 꽃’ 낸 이대환 작가…전쟁의 운명 타고난 ‘김진수’ 인물 조명

이대환 작가. /사진제공=아시아<br>
이대환 작가. /사진제공=아시아


‘박태준 평전’에 매달리던 시절, 이대환 작가의 눈에 한 인물이 들어왔다. 베트남에 파병됐다가 휴가지인 일본에서 쿠바 대사관으로 망명 신청한 뒤 8개월 만에 잠적한 한국 국적의 ‘김진수’라는 인물이다.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에 한·미·일 3국이 관심을 높이며 그가 북한으로 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는 소련을 거쳐 유럽 어느 나라에 정착했다.



이 작가는 김진수를 손진호란 이름으로 소설에서 부활시켰다. 11년 만에 장편 소설 ‘총구에 핀 꽃’을 낸 이 작가는 손진호(74)의 아들인 ‘나’라는 화자를 통해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추적한다.

작가는 소설의 동기로 그의 ‘행적’에 주목했다. “서사적 사건은 없지만, 참전과 망명, 잠적과 정착 등 파란만장한 행적이 눈에 띄었어요. 오다 마코다 선생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1988년 그가 스위스에서 문구점을 하며 살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그가 스웨덴에서 평화롭게 사는 걸로 설정했어요.”



쿠바에서 북한이나 소련이 아닌, 유럽 어딘가로 향한 손진호의 행적에서 작가는 “그가 이념보다 평화를 갈구했다”며 “총구라는 전쟁에 꽃이라는 평화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속 갈구하는 개인의 평화, 패배하지 않아”
“김진수는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었고 베트남에서 전쟁을 직접 경험해요. 전쟁의 운명을 타고난 인물인 셈이죠. 쿠바 망명은 이념을 택했다기보다 전쟁에서 무작정 벗어나려는 욕구를 반영한 태도라고 볼 수 있어요.”

작가가 소설에서 드러내는 가치는 분명하다. 국가나 거대 폭력이 평화를 파괴할 수 있지만, 작은 인간에 숨 쉬는 평화가 계속된다면 평화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은경(문학평론가) 중앙대 교수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세계사적 버전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총구에 핀 꽃'은 '아시아 문학선' 시리즈 21번째로 첫 한국 장편소설이다.

◇총구에 핀 꽃=이대환 지음. 아시아 펴냄. 360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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