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급등세 '한진그룹주'…얼마나 더 오를까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4.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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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투자경고종목 지정에도 거침없는 상승세…상속세 마련 방안 따라 향방 갈릴 듯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한진그룹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한진그룹


한진그룹 관련주가 나흘째 급등세다. 한진칼 우선주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투자자들은 연일 상한가를 갈아치우는 모습에 지금이라도 올라탈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세다.



11일 오전 11시 45분 현재 한진칼우 (26,400원 ▲450 +1.73%)는 전일 대비 29.89% 올라 나흘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우 (24,500원 ▼200 -0.81%)는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 전일대비 29.92% 올랐다. 다른 계열사들 역시 상승세다. 한진칼 (59,500원 ▲100 +0.17%)은 전일 대비 3.95%. 한진 (22,250원 ▼700 -3.05%)은 8.31%, 대한항공 (21,700원 0.00%)은 1.21% 오름세다.

한국거래소는 연일 이어지는 급등세에 전일 한진칼 우선주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대한항공우 역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 거래소는 이날 대한항공우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경고종목 지정에도 이들의 주가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거래소는 전일 "한진칼우 종가가 5일 전 종가보다 60% 이상 상승했다"며 "이날 종가가 최근 15일 종가 중 최고가로 5일 간의 주가 상승률이 같은 기간 주가 지수(업종 지수) 상승률의 5배 이상"이라며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경고종목 지정 후 2일 동안에도 주가가 40% 이상 상승하면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한진그룹주들의 급등세는 지난 8일 시작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직후다. 한진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배당 확대와 유휴자산 매각 등 주주친화 정책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배당에 유리한 우선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주가는 조 회장의 지분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 마련을 위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 축소, 이 경우 2대 주주인 KCGI와의 지분율 격차 감소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상속 방법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와 주가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진칼 지분 상속을 위해 내야 할 상속세는 17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배당 확대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결국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친화 정책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속을 이룰 것인지를 두고 시장은 다양한 가능성을 내놓고 있지만, 지배구조 변화를 부를 수 있는 한진칼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결국 이외에 부동산 매각, 배당금 확대 등의 방법을 동원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다. 양지환 연구원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고,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그룹 분할시 이뤄진 증여지분에 대한 세금 납부에는 담보대출, 사이버스카이 지분 매각, 한진칼 지분 일부 매각 등의 방법이 동원됐다"며 "이번 상속 과정에는 현금성자산 상속분, 사업회사의 지분매각, 보유지분 담보대출금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양지환 연구원은 "조회장 타계로 지분 상속 등을 통한 후계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이로인해 한진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정석기업 등은 현재의 구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한 부동산 및 비핵심 계열사 매각이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CGI의 행보는 여전히 변수다. 상속 진행 상황과 KCGI의 지분 확보 속도 등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그레이스활딩스는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취득 중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기준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3.6%"라며 "상속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KCGI의 영향력이 더욱 빠르게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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