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교수·의사·연예인·재벌 3세도... 마약에 빠진 이유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김태은 기자, 오문영 인턴기자, 김훈남 기자, 송민경 (변호사)기자, 정한결 기자, 김영상 기자, 이동우 기자 2019.04.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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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마약청정국] (종합)

편집자주 마약청정국 명성이 무너졌다. 2015년 이후로 10만명당 20명 미만의 마약사범 적발국이라는 지위가 사라졌다. 한해 마약류 사범이 1만명을 넘어섰다. 재벌3세나 일부 연예인들만이 접하던 마약이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대한민국 마약의 현주소를 짚었다.

‘재벌3세·교수·의사·주부·연예인도'…생활 속에 침투한 마약
[무너진 마약청정국]①SNS사용 늘면서 마약취급자 급증



[MT리포트] 교수·의사·연예인·재벌 3세도... 마약에 빠진 이유


화학박사 출신이 국내 유통이 가능한 원료성분을 이용해 신공법으로 메트나페타민을, 대학교수가 원료성분을 이용해 일명 '물뽕' 제조해 적발됐다. 경기도에서는 성형외과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사망했고, 17세 여자청소년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과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맺어 치료감호를 받았다.

인천에서는 모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환각상태에서 객실 침대 위에 티슈에 불을 질러 모텔이 전소되는 과정에서 투숙객이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서울에서는 36세 남성이 필로폰을 투약한 환각상태에서 백화점 화장품 코너 직원을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했고, 대구에서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다 적발됐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 2017)



마약청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마약이 우리 일상생활속에 생각보다 더 폭넓고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버닝썬 사태에 이어 SK·현대·남양유업 3세들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보도가 나올땐 마약이 특권층의 유흥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하게 잘 알려진 귀화 미국인 로버트 할리(방송인·국제변호사)까지 마약 혐의로 체포되는 걸 보면서 대중들에게 각인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마약의 확산 정도가 우리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7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환각물질 흡입사범 직업별 현황을 보면 무직이 상당수를 차지하지만(2015년 기준 37.8%) 건설업, 유흥업 종사자, 일반 회사원, 일용노동자, 학생, 주부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재벌가 및 연예인, 유학생 등은 마약을 유흥의 수단으로 찾지만 일용직 근로자 등 고된 노동을 하는 계층은 삶의 고단함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마약을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마약류사범(대마·마약·항정신성의약품)은 1999년 처음으로 1만명 선을 넘어 2002년까지 4년 연속 1만명을 상회했다. 그러나 2002년도 강력한 단속으로 밀수 등 공급조직 10개파 224명(구속 162명)을 적발하면서 2006년까지 7000명 수준으로 주춤했다가, 2010년부터 2014년도까지 1만명선 아래로 억제돼왔다.


이후 인터넷과 SNS 사용이 늘면서 마약류사범은 눈에 띄게 증가한다. 2016년 1만4214명, 2017년도 1만4123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2014년 대비 2016년이 40% 이상 급등했다. 인구 10만명당 20명 미만에게 부여되는 '마약청정국'이라는 명성은 10만명당 24.3명(인구 5170만명 중 1만 2613명, 2018년 기준)을 넘어서며 무너졌다.기존 마약 전과가 있는 마약류 사범 뿐만 아니라 마약을 접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마약류 공급자들과 쉽게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일반 대중들과 관련된 검경의 마약단속은 유통사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의 단속은 크게 밀수 등 공급을 아예 차단하는 것과 유통 및 투약사범을 검거해 수요를 감축하는 것으로 나뉜다. 즉 일반 국민들이 접하게 되는 '길목'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4월 미국 마약수사국(DEA)는 대만에서 마약 제조 공장을 적발했다. 원료물질이 1톤 가량 발견됐고, 마약으로 제조돼 공장에서 유출된 것이 400kg인데 그 중에서 200kg이 국내로 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압수된 것은 62. 3kg에 불과해 나머지 130kg이 넘는 상당량의 마약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은 "2015년부터 마약사범 규모가 다시 1만명을 넘어서는 등 마약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며 "국제적인 수사 기관들의 공조와 치밀한 수사로 국민들을 마약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호 기자

수사권 갈등에 검경 마약 합동수사 5년만에 무산
[무너진 마약청정국]②2016년부터 이어진 합동수사반 올해 연장 안돼…마약 사범 단속 실적 감소 추세로 돌아서

[MT리포트] 교수·의사·연예인·재벌 3세도... 마약에 빠진 이유
마약이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마약청정국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마약류 범죄 수사가 보다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기관들의 공조는 오히려 축소되고 일선 현장에서 마약 사범 단속 실적은 거꾸로 줄어드는 실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와 맞물려 마약 수사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올들어 1월과 2월 두달간 단속된 마약류 사범 수는 14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1523명보다 6.5% 감소했다. 특히 마약류 밀조와 밀수, 밀매 등 마약류 범죄 중에서도 심각성이 큰 공급사범은 430명으로 11%가 줄어들었다.

마약류 사범 단속 실적은 2011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였다. 그러나 2017년 들어 정체세를 보이더니 2018년엔 1만2613명으로 10.7% 감소했으며 올해에도 단속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류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2017년 258.9kg에 머물던 마약류 압수량은 지난해 517.2kg으로 두배 가량 급증했다. 국내에서 실제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반입돼 유통되는 마약류 규모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마약류 투약이나 공급 사범에 대한 단속 실적이 줄었다는 것은 국내 마약 수사에 허점이 생겼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시기적으로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이 지난해부터 활동을 멈춘 것과 일치한다.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은 2016년 4월 마약류 범죄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검사 28명, 검찰수사관 183명, 경찰 219명 등 430명 규모로 처음 꾸려졌다. 합동수사반 출범 이후 단속 실적이 약 20% 늘어나는 등 좋은 성과를 보여 이후 1년 단위로 연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은 활동을 멈췄다. 예년과 같이 검경이 올초 합동수사반 활동 연장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합동수사에 소극적인 기관의 태도로 연장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올들어 불붙으며 검찰과 경찰 간 긴장 분위기가 고조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수사반 활동에 밝은 한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검찰과 경찰 간 협력이 매끄럽지 않고 효율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와 합동수사반 활동을 종료하기로 했다"면서 "그 이후부터 마약 사범 검거 수가 확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서는 조직폭력과 마약 범죄 등의 1차 수사를 검찰이 아닌 경찰이 전담하도록 돼 있다. 경찰 입장에서는 1차 수사에 해당하는 마약류 사범 단속을 검찰과 함께 하기 위해 합동수사반을 꾸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수사권 조정 논의에 따라 마약 직접 수사를 줄여나가고 해외 밀수나 대규모 유통 범죄 수사 등에만 집중하는 추세다. 지난해 1월 기준 마약수사관을 배치해 마약수사전담팀을 두는 지검 및 지청도 기존 37곳에서 전국 지검 18곳과 고양·부천·성남·안산·안양지청 등 수도권청 5곳과 평택지청 등 총 24곳으로 줄었다.

그 결과 단속 실적의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밀수와 대규모 유통 범죄는 검찰이, 소규모 유통 범죄와 투약 사범 검거는 경찰이 각각 분담하는 체계이지만 일선 수사 현장에선 검경 간 연계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검찰은 '다크웹' 마약전문 판매사이트를 적발해 13명을 입건하고 9명을 구속기소했다. 마약 유통 조직을 검거한 후 이 사이트를 통해 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한 사범들에 대한 수사는 경찰청 서울광역수사대 몫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시간이 경과했지만 서울광역수사대에서 이와 관련한 투약 사범 검거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약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마약 범죄를 전담할 독립된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과 이탈리아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마약 범죄가 국가적 안위에 직결된다고 판단, 별도의 마약수사청을 두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3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한 방안으로 마약수사청 설치를 언급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이와 관련해 법무부에 관련 법률안과 조직 구성 내용에 의견을 덧붙여 건의안을 냈다. 다만 수사청 신설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데다 수사권 조정 논의 국면과 맞물려 본격적인 추진은 불투명하다.

김태은 기자, 오문영 인턴기자

돈 없어서 종이로 '가짜 현금'까지 만드는 마약수사관
[무너진 마약청정국]③마약수사 예산 2년 연속 감소…경찰 마약분야 특진공약 사라져

[MT리포트] 교수·의사·연예인·재벌 3세도... 마약에 빠진 이유
버닝썬 사태에 이어 최근 유명 인사들까지 마약류 범죄에 연루되면서 경각심이 고조된 가운데 수사당국이 보다 단속의 고삐를 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검찰과 경찰 마약수사관들은 만성적인 예산부족과 시스템 한계 등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법무부 예산 및 기금운용사업설명 자료에 따르면 마약수사 예산은 2017년 49억3900만원, 2018년 47억6000만원, 2019년 44억7400만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마약수사 예산은 마약류 사범과 공급조직을 적발하고, 정보수집 활동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하지만 정작 마약수사관들은 돈이 없어 종이로 '가짜 현금'까지 만들어 쓰는 처지다. 위장거래시 마약딜러들에게 '샘플거래'를 요청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치러야 하는데 쓸 돈이 없어 일부를 종이로 만든 셈이다. 샘플거래는 마약이 진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먼저 하는 통상적 절차다.

지난해 대만의 가장 큰 폭력조직인 죽련방이 한국 마약시장을 뒤흔들었는데, 수사관들이 실제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공급책이 "우린 통거래만 한다"며 5kg에 3억원을 요구하자, 검찰은 십시일반으로 현금을 모았다. 그래도 액수가 부족해 중간중간 종이를 끼워 넣었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3억원은 수사지원으로 절대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그래서 일부는 종이로 만들어 끼워넣는 형식으로 검거했다"면서 "물론 미국처럼 마약 범죄가 많은 나라와 예산(25억달러)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예산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마약수사관이 생긴 이유는 '직접 수사'를 하기 위해서다. 예전엔 검찰과 경찰의 수사 업무가 상당부분 겹쳐 경쟁관계가 됐는데, 지금은 검찰이 밀수·대규모 유통·조직범죄 등 중대범죄 위주로 맡는 걸로 정리됐다. 대검찰청 마약부는 2001년 4월에 신설됐다. 1999년 이후 연간 마약류사범이 1만명을 상회하고 마약류 밀반입량이 급증하면서 강력하고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전국 34개 지청에 마약수사반이 설치됐다.

한편 경찰쪽 마약수사관들 사이에선 마약 수사의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능별로 검거 등 실적 기준을 넘기면 특진시켜주기로 했는데 특진공약이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생활안전이나 여성청소년 등 다른 부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잡아오면 특진'이라는 공식이 잘 통했는데, 타 부서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없던 일이 됐다.

마약쪽에 정통한 관계자는 "생안이나 교통 등은 사건이 워낙 많아서 특진 공약을 걸어도 실제 특진할만큼 성과내기가 어려운 반면, 마약은 잡기만 하면 무조건 특진했었는데 옛말이 됐다"면서 "사기진작 차원에서 별도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호 기자, 김훈남 기자

중국은 사형까지…“마약 공급 범죄 양형 높여야”
[무너진 마약청정국]④ ‘솜방방이 처벌’ 이뤄져…플리바게닝 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MT리포트] 교수·의사·연예인·재벌 3세도... 마약에 빠진 이유
마약 범죄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중국의 경우 관련자들을 최대 사형으로 처벌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도 현재의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7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투약 사범이 52%에 이르는 가운데 밀매와 밀수는 24.6%와 3.4%를 각각 차지하는 등 마약류 공급 범죄가 약 30%를 차지하는데도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마약류 범죄로 기소된 사범 4681명의 형 선고 내역 가운데 40.1%(1876명)는 집행유예였으며 벌금을 선고받은 경우는 3.6%(169명)이었다.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는 0%(2명)밖에 되지 않았다. 엄격하게 처벌돼야 할 마약 공급 사범들도 실제로는 벌금이나 집행유예, 실형이라도 징역 1~2년에 그치고 있어 죄질에 따른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마약 범죄 관련 처벌은 중국, 미국, 일본, 태국 등의 나라보다 약한 편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가까운 나라인 중국의 경우 마약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마약을 단순 소지·투약한 경우 벌금 등을 부과해 가벼운 처벌이 이뤄지지만 밀수·판매·운송·제조에 가담해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최대 사형까지 선고한다.

중국의 치안관리처벌법 제72조에 따르면 불법적으로 200g 미만의 아편, 10g 미만의 헤로인 혹은 필로폰, 혹은 기타 소량의 마약을 소지한 자 등은 10일 이상 15일 이하의 구류에 처하고, 2000위안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5일 이하의 구류 혹은 500위안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반면 중국의 형법 제347조에 따르면 마약을 밀수·판매·운송·제조한 경우에는 수량에 관계 없이 모두 책임을 추궁해 형사처벌하도록 돼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3년 이상에서 15년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하고, 재산몰수를 함께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사형까지 가능한 경우는 △1000g 이상의 아편, 50g 이상의 헤로인이나 필로폰, 또는 많은 수량의 기타 마약을 밀수·판매·운송·제조한 경우 △집단의 주동자 △무장 엄호 △검사·체포·구속에 폭력으로 저항하고, 사안이 엄중한 경우 △조직적인 국제 마약 판매에 참가한 경우 등이다.

우리나라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마약류 관련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14년까지 가능하다.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및 형법 등에 따르면 마약을 밀수·매매·알선하는 범죄는 징역 5년 이상의 형벌에, 마약류 종류에 따라 징역 10년 이상에 처하도록 돼 있다.

자세한 양형기준을 보면 마약류 종류에 따라 투약·단순소지 사범에 대해서는 6개월~3년의 징역형이 기본이다. 상습이거나 죄질이 나쁜 경우 형을 가중하고, 적극적인 치료 의사가 있거나 자수·수사협조를 한 경우에는 형을 줄여 최소 6개월의 형을 줄 수 있게 돼 있다.

매매·알선 사범의 경우 6개월~11년으로 형이 늘어난다. 조직적이거나 상습인 경우 형이 늘며 투약·단순소지를 위한 매수나 수수의 경우 형을 줄여준다. 수출입·제조 사범의 경우 10개월~11년의 징역형이 기본이다.

집행유예도 마찬가지다. 양형 기준에서 정한 몇 가지 요소들에 피고인이 2개 이상 해당될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요소들에 해당되기가 크게 어렵지 않아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참작 요소는 △공범의 범행수행 저지·곤란 시도 △범행가담·범행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중요한 수사협조 △자수 △형사처벌 전력 없음 등이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마약류 관련 범죄의 양형에 대해 “마약은 중독성이 문제여서 스스로 극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람들의 불법성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소지나 투약에 대해서는 처벌을 가볍게 하는 대신 치료나 재활에 중점을 두고 공급(밀수) 사범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 역시 “마약 공급 사범에 해당하는 경우 단순 투약과 구분해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현재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마약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 일부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리바게닝이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경우 형을 줄여주는 제도를 말한다.

송민경(변호사) 기자

마약사범 3975명 사형시킨 나라는 어디?
[무너진 마약청정국]⑤세계 각국 마약 사범 처벌 규정은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총 35개국이 마약사범에 현재 사형을 선고하고 있다. 특히 '마약과의 전쟁'을 오랜 기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은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다.

미국은 소량의 마약을 보유했을 경우 경죄로 구분해 초범에게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 일부 주에서는 사회봉사시간을 선고하기도 하며 재범에게는 이 처벌이 강화된다.

미국에서 마약 유통 및 판매는 미 연방법상 중죄로 구분되며 강력하게 처벌한다. 미국 연방법은 마약을 위험도에 따라 총 5가지로 분류하는데, 의료용 목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헤로인 같은 1등급 마약의 경우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 연방법에 따라 헤로인을 1㎏ 이상 소지한 이는 종신형을 포함, 최소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최대 1000만 달러의 벌금도 부과된다. 헤로인을 100g 가량 소지한 이는 최소 5년에서 최장 40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 500만 달러~2500만 달러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범이거나 유통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처벌 강도는 더욱 올라간다.

중국 역시 강력한 마약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헤로인과 메스암페타민을 50g 이상 소지한 경우 사형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1㎏ 이상 소지한 이들에게만 사형을 선고한다. 50g을 그대로 적용하면 사형되는 이가 너무 많다는 우려 때문이다. 10~50g 소지자들은 7~15년 형을, 10g 이하는 최대 7년형에 처한다.

중국 이외에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이란,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에서 35개국이 마약사범에 사형을 내린다. 특히 이란의 경우 사형수의 70%가 마약사범으로, 이란은 지난 10년간 마약사범 3975명을 사형시켰다.

정한결 기자

삭발해도 잡히는 마약 검사, 어떻게 진행되나
[무너진 마약청정국]⑥소변·모발로 마약 검사 진행…빠르게 배출되는 물뽕(GHB)은 검출 쉽지 않아

필로폰 자료사진. /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필로폰 자료사진. /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
'버닝썬 게이트'가 열린 이후 아이돌 출신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씨(30) 등 주인공들이 줄줄이 마약검사를 받았다.

이어 최근 경찰에 적발된 방송인 하일씨(미국명 로버트 할리·60)가 삭발과 제모 등으로 마약검사를 피했다는 의혹이 나오며,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는 수사기법역시 주목받았다.

현행 마약 검사는 크게 간이 검사인 소변 검사와 정밀검사인 모발 검사로 나뉜다. 소변 검사는 최근 7~10일 이내에 마약 투약 여부를 파악하기 좋은 방법이다. 마약 투약 용의자를 대상으로 간이검사를 진행할 때는 소변을 활용한다.

소변 검사는 간편하고 양성반응시 혐의입증이 쉽지만 약물 검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단점이 있다. 소위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은 일주일 안에 배설되고 대마초도 길어야 한 달이면 흔적이 사라진다는 게 정설이다.

박진실 법률사무소 진실 변호사는 "소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 아주 최근에 마약을 투약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소변으로 마약 투약 여부를 알아내기 어렵다면 모발을 활용한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모발 검사는 사람에 따라 길게는 1년이 넘는 기간까지 마약 투약 내력을 알 수 있다.

모발 검사에는 주로 머리카락이 사용된다. 머리카락이 대략 1개월에 1㎝ 정도 자라는 점을 계산해 투약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모발 검사에는 보통 머리카락 50~80올 정도를 잘라 활용하는데 인권 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 모근 근처를 자른다. 만약 증거 인멸을 위해 머리카락을 삭발하더라도 검사는 가능하다. 머리카락 외에도 눈썹, 수염, 음모 등 체모로도 충분히 투약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물론 두 조사 방법이 만능은 아니다. 성분에 따라 검사를 피해 가는 마약도 있다고 한다. 최근 '버닝썬' 등 클럽에서 성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물뽕'(GHB)는 바로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검출하기 어렵다.

박진실 변호사는 "GHB는 몸에서 워낙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약 기운이 떨어지고 의식을 찾은 이후에는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영양제? 피로회복제? 수사망 비웃는 마약거래
[무너진 마약청정국]⑦SNS 등 온라인 이용해 단속 피해…종합대책 필요 목소리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뛰는 단속 위에 나는 마약이 있다. 경찰이 대대적 마약 단속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마약 거래는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예전보다 더 은밀하고 다양하게 거래되는 마약은 우리 사회에 스며든 지 오래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5주간 전국에서 검거된 마약류사범은 972명에 달한다. '버닝썬 게이트'로 마약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경찰이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다.

경찰력을 총동원해 마약 사범을 잡아들이고 있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마약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거래로 단속이 쉽지 않다.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한 거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다.

지금도 SNS에는 '떨'(대마초), '아이스'(필로폰) 같은 마약 은어에 해시태그(#)를 달아 쉽게 검색이 된다. '피로회복제', '영양제' 등 일반적인 언어로 둔갑시켜 마약을 거래하기도 한다. 경찰이 일일이 키워드를 검색해 단서를 잡아도 해외에 서버를 둔 SNS 마약광고를 원천적 차단하기 어렵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도 외국에서는 강제성이 없고, 차단하더라도 주소나 계정만 바꿔서 다시 판매하는 식이다. 거래자 간 접선이 이뤄지면 텔레그램 등 보안이 뛰어난 메신저로 옮겨가니, 당사자를 찾아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않는 한 수사당국이 단서를 찾기 쉽지 않다.

돈을 입금할 때도 대포 통장을 사용하거나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이용해 흔적을 지운다. 실제 오프라인 거래가 이뤄져도 거래 현장을 적발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거래자가 직접 만나기보다는 마약을 특정 장소에 두고 가는 '던지기' 방식이 널리 퍼지면서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사범은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며 "유통과 거래 방식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서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통 경찰 수사는 검거한 마약 사범을 통해 다른 혐의자를 찾는 '꼬리 물기' 식이 대부분이다. 투약자가 쉽게 판매책이 되는 것은 마약 사건의 특징을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방송인 하일씨(미국명 로버트 할리·60)를 적발한 배경에도 먼저 경찰에 덜미를 잡힌 공범의 진술 비중이 컸다.

마약을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도 갈수록 진화했다. 과거에는 소량을 국제우편이나 특수화물을 이용해 들여왔다면 최근에는 컨테이너를 이용한 대량 반입도 심심찮게 일어난다고 한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은 "과거 마약과의 전쟁을 피해 빠져나간 이들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 2000년대부터 마약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됐다"며 "국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세워 마약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마약 중독, 치료는 어디서?…정부, 치료비 전액지원
[무너진 마약청정국]⑧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사업, 연간 200명 이상 치료·재활비 지원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정부가 마약 중독자를 위해 지원하는 사업으로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사업'과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가 꼽힌다.

1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마약중독 치료 사업은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사업이다. 스스로 마약중독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과 검찰수사에서 기소유예를 받은 마약사범을 대상으로 의료기관의 중독치료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마약류 중독자가 전국 5개 국립병원과 21개 공립병원·정신의료기관 등에 방문해 마약류 중독 여부와 판별검사 등을 실시하면 보건복지부나 지자체가 치료보호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치료 여부와 기간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입원·외래 치료를 받게 되면 정부와 지자체 등이 의료기관에 치료비를 지원하게 된다.

치료보호사업을 이용한 중독자는 지난해 205명을 기록했다. 2015년 113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긴 뒤 2016년 165명, 2017년 248명으로 대상자가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 해당 사업 예산을 2억 4000만원(국비 50%, 지방비 50%)으로 지난해 1억8400만원보다 30.4% 늘려 편성했다.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는 대부분 알코올 중독자를 대상으로 치료·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약물 등 기타중독자도 재활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통합관리지원센터는 전국에 시도단위로 50여개가 분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17년 이후 연간 200명 이상의 마약류 중독자가 해당 사업을 통해 사회 복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예산증액과 지정병원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사형제는 '마약과의 전쟁' 도움될까
[무너진 마약청정국]⑨ 中·이란·싱가포르 등 35개국 사형제도 갖춰… 필리핀서는 재판 없이 초법적 처형 하기도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마약=사형."

강력한 처벌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나라들이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국제위해감축협회(HRI)의 지난 2월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사범에 사형을 내릴 수 있는 국가는 35곳에 달한다.

이중 한국 등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란 등 15개국은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을 실제 집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이란,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마약 유통조직이 아닌 개인에게도 사형을 내린다. 베트남 역시 개인 마약사범에 사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베트남 측은 보안을 이유로 관련 통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HR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최소 마약사범 91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59명이고 이란 23명, 싱가포르 9명이다. 이란은 전년의 221명에서 사형자가 크게 줄었다.

이란은 전체 사형수의 70%가 마약사범으로 지난 10년 간 마약사범 3975명을 사형시켰다. 전 세계에서 지난 10년 간 합법적으로 처형된 마약사범이 4366명이므로 이란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매년 수천명을 마약 관련 사형시키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중국 측은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필리핀은 초법적으로 마약사범을 처형한다. 로드리고 두테르데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필리핀 당국이 정당한 재판 절차 없이 사살한 인원은 4000명을 넘는다.

스리랑카에서도 지난 2월 마이스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마약사범 사형수들의 형 집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스리랑카가 마약사범의 사형을 집행한 것은 1976년이 마지막으로 현재 48명이 마약 관련해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다.

한편 HRI는 "사형제도가 마약 거래를 효과적으로 중단시킨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처벌이 강력한 국가일수록 마약 범죄가 창궐하고 있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한결 기자

연예인이 유독 마약에 약한 이유…스트레스? 동료의 유혹?
[무너진 마약청정국]⑩ 황하나 "연예인 권유로 마약"·로버트 할리 마약 혐의…'연예인 마약 스캔들'로 확대될까

/사진=이미지투데이<br><br>/사진=이미지투데이<br><br>
황하나씨(31)가 연예인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방송인 하일씨(로버트 할리·60)가 마약 혐의로 체포됐다. '연예인 마약 파동'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연예인은 왜 마약에 빠지는 것일까.

8일 하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구입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다.

하씨의 친구인 마크 피터슨 미국 브리검영대 명예교수는 SNS에 "(하씨가) 동료 연예인에 의해 고발됐다"며 "그 동료 연예인은 자신의 형량을 가볍게 만들려고 했다"고 쓴 바 있다. 피터슨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마약을 투약한 동료 연예인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앞서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오너 일가 황씨도 마약을 투약하는 연예인의 존재를 암시했다. 그는 지난 6일 "연예인 지인 A씨의 권유로 다시 마약을 했다"며 "잠든 사이에 A씨가 마약을 강제 투약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A씨를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황하나 연예인'이라는 검색어가 오르내렸다.

◇정준영 단톡방도 마약 연루?…되풀이되는 연예인 마약 파동

연예인의 마약 투약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한 매체는 가수 정준영씨(30)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마약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은어가 수차례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래퍼 겸 작곡가 쿠시는 지난달 코카인을 구매하고 투약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래퍼 씨잼도 지난해 8월 대마초를 구매하고 피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명 연예인 지드래곤, 탑, 싸이, 신동엽 등도 대마초 흡연 혐의로 물의를 빚었다.

한편 마약은 천연마약(아편,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과 합성마약으로 나뉜다. 이외에 향정신성의약품(히로뽕, 엑스터시, 물뽕), 대마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이 같은 마약류는 의존성, 내성, 금단증상이 특징이며,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돼 있다.

◇'스트레스'에 마약 손대는 연예인들…"마약 스캔들 더 커질 것“

마약류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60)씨가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위해 압송되고 있다./사진=뉴스1<br>마약류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60)씨가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위해 압송되고 있다./사진=뉴스1<br>
이들은 왜 마약에 손을 댈까. 활동 반경이 넓은 연예인은 일반인에 비해 마약을 접하거나 구하기 쉽다. 특히 해외 활동이 잦은 연예인의 경우, 일부 마약이 합법화된 국가를 방문할 경우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배우 정석원은 지난해 2월 호주에서 필로폰과 코카인을 투약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필로폰을 투약한 행위는 해외여행 중 호기심으로 한 일회성 행위로 보인다"고 햇다.

또 연예인이라는 신분상 마약 판매자들의 '타겟'이 되기도 한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이동현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판매조직들은 재투약하지 않으면 못 견디도록 중독해놓고 폭리를 취한다"며 신분상 말 못 하는 유력 정치인 가족, 연예인, 가정주부, 종교인까지 그들 유혹의 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은 고소득인 만큼 가격이 비싼 마약을 사기 쉬운 편. 최근 재벌가 3세들이 흡입한 고농축 액상 대마와 과자 형태의 대마는 1g당 가격이 시중 금값의 3배 수준에 달한다.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이유도 적지 않다. 씨잼은 지난해 결심공판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스트레스로부터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하고 호기심에 했는데 모두 변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수의 경우 자신의 기분이나 준비 여부에 상관없이 무대에 서야 하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즉각적이다"며 "연예인은 나름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연예인은 감정에 크게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 마약을 선택한다"고 했다.

또 "마약은 효과가 빠르고 분명하다"며 "연예인들은 성취 지향적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나 촬영 시 즉시 효과를 겪고 나면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옆에 있는 동료 연예인이 하는 경우 동조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며 "마약 스캔들이 더 커질 것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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