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송현동 호텔, KAI 인수'…조양호의 3대 숙원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9.04.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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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산업 육성·문화복합단지 꿈꿨지만…LA '윌셔그랜드센터'만 현실화 성공

2017년 6월23일 한진그룹 소유 LA(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 개관식에서 환한 표정으로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제공=한진그룹2017년 6월23일 한진그룹 소유 LA(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 개관식에서 환한 표정으로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제공=한진그룹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고(故) 조양호 한진 (19,270원 ▲110 +0.57%)그룹 회장에겐 3가지 숙원이 있었다. 한국항공우주 (51,800원 ▼2,100 -3.90%)산업(KAI) 인수와 송현동 7성급 호텔 건설, 미국 LA(로스엔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The Wilshire Grand Center) 건립이다.

조 회장은 3가지 오랜 꿈 중 미국 LA 윌셔그랜드센터 호텔 건립만 이루고 눈을 감았다. 윌셔그랜드센터 건립을 이뤄내기도 쉽지 않았다. 조 회장이 1989년 기존 윌셔그랜드호텔을 산 뒤 29년 만인 2017년이 돼서야 새로운 건물로 세워졌다.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KAI 인수, 서울 경복궁 인근 송현동 호텔 세우기도 조 회장의 공공연한 꿈이었다.

조 회장은 한국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에 관심이 많았다. 프로필이 이를 증명한다. 조 회장은 2004년 6월 제11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으로 선임된 뒤 14년 내내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와 함께 KAI 인수가 조 회장의 숙원이 됐다. 1999년 출범한 항공부문 통합법인인 KAI를 인수해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꿈꿨다.



2003년부터 4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20,850원 ▲450 +2.21%)으로의 인수를 추진했다. 대한항공의 항공운송 사업에 비행기 제작, 정비사업도 키우는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러나 고가의 인수자금 문제 등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KAI 인수에 계속 실패하자 조 회장은 직접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우회적인 방산산업 진출이었다. 2015년엔 KF-X 개발사업 입찰에 나섰다. 기술력 약점 보완을 위해 유럽 에어버스와도 협력하는 등 입찰에 노력했지만 결국 KF-X 개발은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을 잡은 KAI의 몫이 됐다.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호텔을 세우는 것도 생전 조 회장의 현실로 이뤄지지 못했다. 조 회장은 2008년 서울 경복궁 인근 옛 주한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를 매입해 7성급 호텔이 있는 문화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의 한진그룹 7성급 한옥호텔 부지의 2012년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의 한진그룹 7성급 한옥호텔 부지의 2012년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부지 인근에 학교 3곳이 몰려있는 것이 문제였다. 호텔이 당시 학교보호법상 유해시설로 규정돼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학교 반경 200m 이내)에 지울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서울 중부교육청은 호텔설립안을 부결시켰다. 조 회장은 관련 행정소송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정부는 2012년 특급호텔 건립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했다. 유흥·사행 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학교환경 위생정화구역 내에 지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조 회장은 2013년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호텔 건립 규제 완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법은 2015년이 돼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일정이 미뤄지는 끝에 결국 송현동 호텔 부지는 10년 넘게 공터로 방치됐다. 조 회장도 꿈을 접은 듯 했다. 한진그룹은 지난 2월 사업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부지를 연내 매각키로 결정했다.

생전 조 회장의 3대 숙원은 한 가지 결실로 마무리됐다. 조 회장이 한국기업 소유의 마천루를 미국 LA에 세우겠다는 꿈만 윌셔그랜드센터라는 유작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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