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했는데 오히려 살이 쪘다?…고기 끊은지 6년차의 경험담

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2019.04.0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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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고기를 안 먹은지 올해로 6년째다.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라고 말하진 않는다. 육지에 사는 동물과 하늘을 나는 동물을 안 먹을 뿐 바다 생물은 먹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채식주의자라고 하기는 쑥스러운, 채식 단계 중 두번째로 낮은 페스코(Pesco)다. 가장 낮은 단계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만 안 먹고 조류와 어류는 먹는 폴로(Polo)다.

고기를 끊게 된 계기도 대단하지 않다.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데 대한 반감이나 도축과정의 잔인함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이 아니었다. 몸이 안 좋아 한의원을 전전하던 중 사람의 몸을 여덟 종류로 나눠 각 체질마다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이 있다고 믿는 팔체질이란 것을 접하면서다. 내 체질상 육류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거짓말처럼 단번에 고기를 끊었다.(원래 귀가 좀 얇다;;;)



육식을 접은지 6년째, 주위에서 채식을 시도하다 포기한 사람이나 아직도 내게 “나이 들수록 고기는 먹어줘야 한다”고 걱정하는 사람, 내가 미식의 큰 즐거움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을 접하며 채식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정리했다.

채식 했는데 오히려 살이 쪘다?…고기 끊은지 6년차의 경험담


◇채식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살이 쪘다?=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면 살이 빠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고기를 안 먹는 것과 살이 빠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살은 섭취한 칼로리가 소비한 칼로리보다 많을 때 찌는 것이다. 총 칼로리가 중요하지 어떤 음식으로 칼로리를 섭취했는지는 살과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문제는 채식을 시도하다 오히려 살이 더 쪘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채식 전보다 활동량에 비해 총 칼로리가 늘어서다. 왜 채식을 했는데 섭취하는 칼로리가 늘까. 채식을 하면 금세 허기진다. 고기에 비해 곡류와 야채, 과일은 소화되는 시간이 짧다. 고기를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는 느낌이 꽤 오래 가는데 채식 식단은 돌아서면 배가 고픈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채식을 하면 간식이 당기고 특히 단 것이 끌린다. 나 역시 겨울엔 핫초코를 하루에 한 잔씩 꼭 마시고 초콜릿을 서랍에 넣어두고 수시로 먹었다.(지금은 끊었다.) 빵을 많이 먹는 사람도 있다. 빵에도 설탕이 들어간다. 고기 대신 당류를 포함한 탄수화물 섭취가 대폭 늘어나며 채식 후 오히려 살이 찌고 건강 수치가 나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채식을 하면 먹을 것만 생각한다?=인터넷상에서 채식 경험담을 읽은 적이 있다. 육류를 별 미련 없이 끊고 6개월을 잘 지냈는데 어느 날 고깃집을 지나다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 정신없이 고기를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한 친구는 주위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속이 든든하지 않아 점심 먹고 나서 금세 저녁 먹을 생각만 한다고 했다. 채식 식단이 금세 배가 고파지는 특징이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찾은 해법은 배가 고프지 않게 자주 간식을 먹어주는 것이다. 당분이 많거나 밀가루로 만든 식품은 건강에 좋지 않은 만큼 야채, 과일, 견과류, 무첨가 두유 같은 것을 자주 먹어주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파는 끓이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현미 누룽지나 볶은 완두콩, 카카오닙스 등도 건강한 간식거리다.

◇채식을 하면 단백질이 부족해진다?=채식을 할 때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단백질 부족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드니 고기를 통해 좋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생선도, 달걀도 먹는 만큼 단백질 부족을 크게 걱정해본 적은 없다. 다만 육류를 먹지 않으면 육류를 먹는 사람에 비해 단백질 섭취가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중에서 생선보다 고기 요리를 훨씬 많이 팔고 조리법도 생선보다 고기가 간편해서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면 헬스 트레이너들은 단백질 파우더를 권하기도 한다. 내 트레이너는 고기를 안 먹으려면 하루에 달걀 최소 12개를 먹으라고 권했다. 이 말을 듣고 인공적인 단백질 파우더는 내키지 않아 하루에 삶은 달걀을 12개씩 먹은 적이 있다 그러다 사흘째 되는 날 심하게 체했다. 삶은 달걀을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 넣다 탈이 난 것이다. 이후 싫은 것은 억지로 먹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좋아하는 두유만 열심히 먹고 있다.

고기를 먹지 않고 생선과 달걀을 자주 챙겨 먹지 않아도 인바디를 측정해 보면 나의 근육량은 정상범위의 상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를 먹지 않아도, 심지어 달걀이나 우유조차 먹지 않아도 단백질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곡물과 야채, 과일에 필요한 단백질이 다 들어 있다는 것이다. 콩, 두부, 귀리, 현미 등은 물론 시금치를 비롯한 각종 채소에도 단백질이 함유돼 있다. 철분이나 칼슘도 견과류, 해조류 등으로 섭취가 가능하다. 다만 계란과 우유조차 먹지 않는 비건(Vegan)의 경우 비타민 B12는 부족할 수 있어 영양제로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채식을 하면 미식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여행을 갈 때 그 지역의 명물 요리가 고기로 만들어진 경우 먹지 못해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고기를 안 먹는다고 미식의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미각이 이전보다 더 예민해진 것 같다. 국이나 찌개를 잘 먹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채식을 하게 되면 국과 찌개를 피하게 된다. 고기가 들어가거나 국물 자체가 고기 육수인 경우가 많아서다. 국이나 찌개를 덜 먹으면 염분 섭취가 줄어 입맛이 담담해지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양념에 민감해지고 이전보다 음식 맛을 좀더 잘 느끼게 된다.

채식을 하면 아무래도 과일이나 샐러드를 자주 먹게 돼 조리를 많이 한 음식보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더 자주 섭취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 결과적으로 오이와 당근, 샐러리, 파프리카, 버섯 등 음식 원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더 잘 음미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샐러드가 얼마나 맛있고 다양한 풍미를 가진 요리인지 눈뜨게 된다.

다만 채식을 하면 음식값이 더 많이 드는 단점은 있다. 영양소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채소와 과일, 두유, 두부, 견과류 등을 잘 챙겨 먹어야 하고 시중에서 파는 샐러드를 비롯한 채식 요리가 결코 싼 값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햄버거와 라면 등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도 못 먹는다.(라면 스프에도 대개 고기 성분이 들어간다.)

반면 채식을 하면 속이 가벼워지고 편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인은 배가 비기도 전에 음식을 집어 넣어 배가 비어 있는 느낌을 잘 모르기도 하고 배고픔을 잘 못 견디기도 한다. 채식을 오래 하면 배가 비어 있는 느낌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속이 비어있을 때의 맑은 느낌을 좋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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