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팔았는데 주가 더 올라 "너무 일찍 팔았어ㅠㅠ"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4.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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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59>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의 실수 않으려면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래 기다렸다 팔았는데 주가 더 올라 "너무 일찍 팔았어ㅠㅠ"


“오래 기다리다 주식 팔았는데 주가는 계속 올랐다. 너무 일찍 팔았다.ㅠㅠ”

증시가 4월 들어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 두 달간의 지루한 하락장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오랜 평가손실로 마음고생을 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처분에 나섰다. 그런데 주가는 계속 올랐다.



증시는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부터 이달 5일까지 6거래일 연속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3.8%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4.4% 상승했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삼성전기는 이 기간 9.8% 올라 시장 전체 상승률을 월등히 앞섰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4.5%, 9.3%씩 올라 시장수익률을 상회했다.

그러자 개인은 이들 종목을 대거 처분했다. 모처럼의 주가 반등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를 4143억원, SK하이닉스를 3471억원, 삼성전기를 2565억원 각각 순매도해 개인 순매도 상위 1~3위에 올렸다. 그런데도 이들 종목의 상승세는 꺾이질 않고 계속됐다.



삼성전기는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이번 주 반등 직전일까지) 개인이 2832억원 순매수한 종목이었다. 하지만 주가는 오르지 못하고 소폭 약세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평가손실을 보던 개인은 대량으로 주식을 처분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달 29일을 전후로 삼성전기를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급격하게 포지션을 이동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삼성전기를 2611억원 순매도했고 기관은 292억원 순매도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은 1576억원, 기관은 1020억원 순매수로 각각 포지션을 바꿨다.

공매도잔고도 이 기간동안 눈에 띄게 줄었다. 삼성전기는 코스피 공매도잔고 1위 종목이다. 삼성전기의 공매도잔고 비중은 지난달 28일 14.46%에서 이달 3일 13.18%로 낮아졌다. 일주일 새 약 142만주의 공매도 숏커버링이 일어난 것이다.


SK하이닉스과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기관은 지난달 29일을 전후로 포지션을 대거 바꿨다. SK하이닉스를 278억원 순매도에서 1065억원 순매수로, 삼성전자는 7560억원 순매도에서 1169억원 순매수로 각각 포지션을 바꿨다. 개인은 이 두 종목에 대해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고 외국인은 시종일관 순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기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1~3위에 올랐고 개인은 정반대로 순매도 1~3위 종목이 되면서 묘한 대조를 보였다.

행동재무학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를 때 너무 서둘러 팔아 치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너무 오래 붙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투자 행태는 손실을 입지 않으려는 태도(=손실회피)에 기인한다. 자신이 잘못 투자한 뒤 주가가 하락할 땐 얼른 정리하고 손실을 줄여야 하는데도 단지 손실을 보는 게 싫어서 손절매를 안하고 주가가 반등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나 주가 반등은 빨리 오지 않고 오히려 10% 이상 추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재빨리 처분하고 다른 종목에 투자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기회이익까지 고려하면 평가손실은 더 크게 느껴지고 점점 후회만 늘어간다. 여기서 더이상 참지 못하는 투자자는 큰 손실을 입고서 주식을 처분한다.

한참 후에야 드디어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고 오랫동안 평가손실로 속이 까맣게 탔던 투자자들은 주가가 올라 원금이 회복되는 시점에 다다를수록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리고 원금이 조금만 회복 되면 서둘러 주식을 팔아 치운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해 또 다시 평가손실을 볼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평가손실의 아픔을 더 이상 겪기 싫어서 원금이 회복되기만 하면 주식을 처분해 버린다.

그런데 많은 경우 주가는 더 오르고 너무 일찍 처분한 투자자들은 아깝게 놓쳐 버린 기회이익을 보며 속이 상한다. 행동재무학에서는 이러한 투자 행태를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 부른다.

4월 초 증시 반등장에서 개인이 대거 주식을 처분한 행태는 행동재무학에서 말하는 처분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주식을 매수한 뒤 주가 하락으로 오랜 기간 평가손실로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 주가가 모처럼 반등하자 원금만 회복하면 된다는 생각에 곧바로 처분한 개인들이 많아 보인다.

처분효과는 주식투자에서 오래 참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을 강조한다. 주가가 반등할 때 참지 못하고 서둘러 팔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데 그렇게 되면 항상 ‘너무 일찍 팔았어’라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면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처분효과의 실수를 반복한다. 주식투자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얼마나 오래 참는가에 있다.

오래 기다렸다 팔았는데 주가 더 올라 "너무 일찍 팔았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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