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의 신뢰 깨지고 낯선 것과의 신뢰 형성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4.0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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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신뢰 이동’…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법과 제도의 신뢰 깨지고 낯선 것과의 신뢰 형성


국가가 약속한 최저 임금이 깨지고, 정부가 관리하는 돌보미 서비스에 충격적 피해를 보면서 지금 사회는 ‘불신의 시대’인 것만 같다. 이제 우리 인간 사회의 신뢰는 무너졌을까.

저자는 “이동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언론과 기업, 전문가와 정부 등에 대한 신뢰는 익명의 사람들에게로 옮겨갔다. 낯선 사람의 차에 올라타고 낯선 사람의 집에 머물며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일들이 신뢰의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다.



저자는 신뢰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 주는 다리라고 정의한다. 또 인간 신뢰의 달라진 양상을 분산 신뢰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신뢰 더미 오르기’ 법칙에 따르면 신뢰 더미는 우선 개념을 신뢰하고 다음으로 회사를 신뢰하고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이나 기계를 신뢰한다.

인터넷으로 가정과 베이비시터를 연결해주는 업체 ‘어번시터’는 베이비시터를 먼저 예약한 페이스북 친구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개념’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다.



유럽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블라블라카도 차량 공유 개념이 안전한지 신뢰한 뒤 문제가 생길 경우 회사가 해결해줄 거라는 신뢰를 형성한다. 가상화폐가 여전히 존재하는 건 블록체인에 대한 거대한 신뢰구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

중국이 관시(관계)라는 전통적 신뢰에서 ‘분산 신뢰’로 이동이 가능했던 건 알리바바가 시도한 온라인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뢰 구축 덕분이다. 산업사회의 주요한 신뢰인 법이나 계약 등으로 구성된 제도적 신뢰를 한 단계 넘어선 시도였던 셈이다.

저자는 “미지의 대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주어야만 신뢰 도약이 이뤄지고 신뢰 도약이 이뤄질 때 새로운 가능성과 관계가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신뢰 이동=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흐름출판 펴냄. 44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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