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로봇호텔 '폭망'…"로봇도 해고…수리인력 더 많아"

머니투데이 이소연 인턴기자 2019.04.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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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불만 폭주-잦은 고장, 로봇수리·보조인력 더 많아 ...회사는 여전히 "로봇 미래 희망 있다"

/Henn-na Hotel/Henn-na Hotel


세계 최초 로봇 호텔로 기네스에 등재된 일본 "헨나 호텔"이 잦은 고장과 고객 불만 토로에 못이겨 4년만에 로봇 직원 절반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이상한 호텔(Strange Hotel)"로 알려진 헨나 호텔은 급속한 초고령화에 따른 극심한 구인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5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인구 감소로 골머리 앓는 국가에서 부족한 인력을 보충할 수 있는 만능 열쇠로 등장한 로봇은 공상 과학 영화 속 세상을 현실로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일본에선 실제 매년 40만명 이상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매년 중소도시가 하나씩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궁여지책으로 일본은 향후 5년간 외국인 노동자 약 35만 명 더 받아들여 부족한 인력을 메꾸겠다는 입장이다.

호텔은 이러한 인력 부족 상황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짐도 옮기고, 칵테일도 제조하고, 방 청소도 하고, 심지어 로비에서 춤도 추는 장밋빛 비전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실무에 투입된 로봇들은 인간만큼 일을 해내지 못했다. 프런트 데스크 로봇은 투숙객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로비에서 춤 출 로봇들은 자주 고장 났고, 짐 운반용 로봇은 계단에서 제대로 오르락내리락하지 못했다. 질문 응답용 로봇 역시 가장 간단한 질문 제외엔 쓸모가 없었으며, 옆에서 잠을 자는 고객의 코 고는 소리에 수차례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객을 깨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호텔에 투숙했던 타이시 미토는 "로봇이 너무 느리고 시끄러웠다"라고 말했으며 많은 이들이 차라리 애플 음성비서인 "시리"가 일을 더 잘하겠다며 불평했다고 전했다.

4년이 지난 2019년 호텔은 인력난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로봇을 보조하고 수리할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결국 로봇 직원 243 명 중 절반을 해고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호텔은 "로봇 호텔" 프로젝트의 실패는 아니라며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호텔을 운영하는 하우스텐보스 회사의 아야코 마츠오는 로봇을 호텔에 도입한 것은 실수가 아니였다며 단지 "로봇이 수행할 서비스와 인간이 해야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객의 모든 요구를 로봇이 들어줄 순 없지만, 분명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수십개의 언어로 고객과 대화할 수 없으나 로봇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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