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작가는 왜 현실 같은 사진에 몰두했을까

머니투데이 용인(경기도)=김고금평 기자 2019.04.0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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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사진과 영상전…오는 7월 10일까지 경기도 용인 뮤지엄 그라운드에서

자비에 카노네 샤를루아 사진미술관 관장이 1일 경기도 용인 뮤지엄 그라운드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사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김고금평 기자<br>
자비에 카노네 샤를루아 사진미술관 관장이 1일 경기도 용인 뮤지엄 그라운드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사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김고금평 기자


벨기에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프랑스의 초현실주의와 달랐다. 무의식 세계를 피력하거나 기괴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는 현실의 소재를 쓰며 현실과 다른 이야기를 던졌다.

마그리트가 당시 신 매체였던 사진에 관심을 보인 건 우연이 아니었다. 렌즈 사이로 투영된 현실 세계는 그의 ‘초현실주의’에 들어맞는 적당한 도구였던 셈.



사후 15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빛을 본 그의 사진들은 세계 곳곳에 1500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원본 130여 점과 영상 2점이 경기도 용인 뮤지엄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사진전 ‘르네 마그리트, 더 리빌링 이미지’(The Revealing Image) :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전시된다.

1일 만난 자비에 카노네 샤를루아 사진미술관 관장은 “장난이나 놀이처럼 여긴 그의 사진찍기가 미술 시장에서 예술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며 “신문물에 대한 그의 수용력엔 한계가 없어 영화감독으로 영화도 찍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영상 2점은 그가 감독으로 연출한 영화다.



조제트 마그리트, 1930년경. 개인소장. /사진제공=브뤼셀 브라쇼 갤러리.조제트 마그리트, 1930년경. 개인소장. /사진제공=브뤼셀 브라쇼 갤러리.
그의 사진들은 대개 ‘연출’됐다. 파이프나 모자, 사과, 강아지 등 현실의 재료를 쓰지만, 연출을 통해 메시지의 이중성을 읽는 초현실에 다가가려 했다. 렌즈에 담긴 인물들이 눈을 감는 동작을 취하거나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액자 렌즈화해 사진으로 덧칠하는 작업들은 ‘적당한 왜곡과 덧칠’을 통해 현실의 이미지를 철학적 명제를 해석하라는 주문으로 읽혔다.

마그리트는 1967년 췌장암으로 69세 일기로 사망했다. 그의 작품은 제프 벡, 잭슨 파이브, 스틱스 등 유명 뮤지션의 앨범 재킷과 만화 심슨 가족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지난달 29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한화 약 72억 원에 그의 작품 ‘세이렌의 노래’가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는 가족 앨범으로 시작해 가짜 거울까지 6개 공간으로 꾸며졌다. 오는 7월 10일까지 전시되며 이후 경주 우양미술관으로 옮겨진다.


르네 마그리트가 찍은 인물 사진들은 대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이 현실을 100% 반영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반영한 그만의 사진술인 셈이다. 르네 마그리트가 찍은 인물 사진들은 대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이 현실을 100% 반영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반영한 그만의 사진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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