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도봉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출입이 제한된 탐방로에서 나오고 있다./사진=한민선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도봉산을 찾았다. 봄을 맞아 곳곳에 진달래가 피었다. 등산객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김밥, 떡, 족발 등 포장용 간식거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옆에는 대용량 페트병 소주가 놓여있다. "이거 하나 주세요" 페트병 소주를 등산용 가방에 집어넣는 한 남성. 바로 옆 편의점에선 일부 등산객이 소주와 막걸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정해진 등산로에서 슬그머니 옆으로 가는 이들도 보인다. 숨은 '명당' 자리를 찾는 등산객이다. '이 지역은 법정탐방로가 아닌 샛길…인근 법정탐방로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뒤에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음주행위 금지' 현수막./사진=한민선 기자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화장실을 포함한 국립공원 전구역은 '금연 구역'이다. 적발 시 1차 10만원, 2차 20만원, 3차 3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라이터, 부탄가스 등 인화물질을 소지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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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행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3월13일부터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국립공원 정상부·탐방로·대피소 등 거점지역이 음주행위 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금지장소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1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사고 예방, 식생복원, 생물 조사 등을 위한 출입 통제 구역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 위반 시 최대 30만원이 부과된다.
1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건흥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을 보며 산행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거창군
음주 불가하다고 명시된 장소만 단속이 가능한 점도 혼선을 빚는다. 도봉산의 경우 신선대, 신선대~칼바위, 우이암, 주봉, 마당바위 등에서 하는 음주행위만 단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입이 제한된 곳에서 술을 마셨다면, '샛길 '출입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음주행위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기 힘들다.
음주 금지 구역을 슬며시 벗어나 술을 먹는 등산객들도 생긴다. 금지 외 구간에서는 홍보 및 계도만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음주 '행위'만 금지돼 있어 술을 마시는 모습이 적발되지 않는다면 단속을 피해 갈 수 있다. 단순히 술을 가지고 있거나 취해 있는 상태인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가 불가하다. 국립공원공단 환경관리부 관계자는 "눈으로 목격을 해야 단속이 가능한 점이 고충"이라며 "빈 술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 직원이 음주 행위만 단속하려고 순찰하는 것이 아니고, 안전 예방·시설물 관리·다른 불법행위 단속 등 여러 업무를 같이 하다보니 어렵다"며 "한 자리에 있을 수 없고 계속 이동해야 되기 때문에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음주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