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5% 제한?...'상식 밖 발상' 시장 역풍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3.29 17:54
글자크기

금투업계, 자유한국당 국민연금법 개정 추진 발언에 "주식회사 본질 무시하는 것" 국민연금 백기사 역할도 차단…가입자 노후자산 손실 우려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평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평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5% 이내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금융투자 업계에선 29일 "주식회사의 개념을 모르는 비상식적인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5% 이내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당론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대한항공 (22,550원 ▼400 -1.74%)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 (19,220원 ▼340 -1.74%)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를 국민연금의 반대 탓으로 규정한데 따른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은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정권 연금, 연금 사회주의라는 우려가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해 1년 가량 계류돼 있다. 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 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인데,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것은 주식회사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해외에도 수 많은 기금들이 있지만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외국인 자금이 30% 이상 들어와 있는데 후진국에서도 하지 않는 시도를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B 증권사 관계자 역시 "대주주 3%룰도 원칙적으로 주식회사의 본질엔 맞지 않지만 그건 대주주들의 횡령, 배임 등 회사를 사적으로 운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제한받을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가 있다든지, 사회주의라는 명백한 근거를 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처럼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고작 3%의 지분을 갖고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지분율이 취약한 국내 우량 기업들이 해외 투기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경우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나설 여지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5% 이상 보통주가 우선주화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가격이 떨어진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노후 자금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C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주식회사는 지분이 많은 주주가 영향력을 끼치는 게 당연하다"며 "그게 싫으면 대한항공도 주식을 더 늘리면 되는 것이지 국민연금을 제한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지만 이는 앞으로 의결권 행사를 더 공정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투명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라며 "의결권 행사를 아예 제한해버린다는 발상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