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에 눈 실명, 무서운 당뇨합병증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9.03.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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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5>당뇨합병증1](종합)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메디파트너생명공학’과 함께 치과 진료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적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도비만과 당뇨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당뇨병' 직장인 A씨, 한쪽 눈 실명…이유가?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5>당뇨합병증1]① 20대 당뇨환자 증가 뚜렷



당뇨망막병증의 모습/사진제공=보건복지부당뇨망막병증의 모습/사진제공=보건복지부


30~40대에 눈 실명, 무서운 당뇨합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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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43)는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혈당조절 등 별다른 관리나 치료도 받지 않았다. 이후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안과를 찾은 A씨는 당뇨 합병증인 '당뇨망막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A씨는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았고, 결국 오른쪽 시력을 잃게 됐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지난해 300만명을 넘었다. 당뇨병은 한 번 진단받으면 완치가 어려워 연령이 높을수록 환자 수가 많아지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연령별 증가율을 분석해보면 80세 이상과 20대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젊은층의 비만 환자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30~40대에 눈 실명, 무서운 당뇨합병증
28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2010년 202만명에서 2018년 303만명으로 8년간 50.3% 증가했다. 연령별 증가율은 80세 이상이 158.1%로 가장 높았고 △70대 59.4% △60대 52.2% △20대 51.5% 순이다. 9세 이하는 19.9%였다.

최근 3년간(2015~2018년) 증가율은 다르다. 증가율 1위인 80세 이상은 42.1%로 변화가 없지만 2위는 35.6%를 기록한 20대가 차지했다. 당뇨가 무서운 건 합병증 때문인데 합병증 환자의 최근 3년간 증가율 순위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주요 당뇨합병증 환자 증가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신장합병증, 눈합병증, 신경병증 동반 환자 모두 80세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는 2~3위를 차지했다. 눈합병증과 신경병증 동반의 20대 환자 증가율은 각각 18.4%와 28.9%로 2위를, 신장합병증 증가율은 27.2%로 3위를 기록했다. 식습관 변화로 비만 환자가 늘면서 20대 당뇨병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비만이다. 문제는 20대 당뇨병 환자들이 당뇨 진단을 받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합병증이 악화하고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대에 A씨처럼 실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눈에 발생하는 당뇨합병증은 백내장, 망막병증, 녹내장 등인데 이중 망막병증이 국내 실명 원인 1위로 꼽힌다.

망막병증은 오랜 기간 고혈당에 노출된 망막이 손상을 입는 합병증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에 순환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망막병증은 당뇨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생률이 상승하는데 최근 당뇨병 환자 증가와 함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망막병증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40대에 눈 실명, 무서운 당뇨합병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망막병증 환자 수는 2014년 30만명에서 2017년 35만명으로 최근 3년간 18.7%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 환자 증가율이 57.6%로 가장 높고 20대가 24.0%로 2위를 차지했다.

망막병증은 초기 큰 증상이 없다가 A씨처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상태로 발전되기 때문에 20대의 당뇨병 환자 증가율을 가볍게 봐선 안된다는 게 전문의의 지적이다. 한 안과 전문의는 “초기 망막병증은 시력 저하 같은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난 경우엔 이미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견인성 망막박리가 나타난 경우에는 치료하더라도 시력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게 이 전문의의 설명이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3명은 본인이 당뇨병 환자인지 모른 채 지낸다는 것도 문제다. 당화혈색소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인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는 “2013~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뇨병 인지율이 62.6%에 그쳤다”며 “37.4%인 187만여명(추정)은 본인이 당뇨병 환자인지도 모르고 혈당이 높아지는지도 모른 채 지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당뇨병학회는 지난해 당뇨병 진단 기준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공복혈당 기준(126㎎/dL 이상) 외에 당화혈색소(6.5% 이상) 기준을 추가했다. 김 교수는 “공복혈당보다는 식후혈당이 먼저 상승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공복혈당만으로는 당뇨병 진단을 놓치는 환자가 많다”며 “숨은 당뇨병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당화혈색소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생애전환기인 40세와 공복혈당이 100 이상인 경우에는 국가건강검진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경 기자

실명 원인 1위 '망막병증' 유병률 최고 50.3% 달해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5>당뇨합병증1]②정은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 인터뷰

정은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사진제공=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은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사진제공=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혈당 수치가 높거나 당뇨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조절하지 않고 지내다가 실명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정은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당뇨망막병증으로 실명에 이르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뇨망막병증은 눈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당뇨합병증 중 하나로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병이다. 대한안과학회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성인 실명 원인 1위가 당뇨망막병증이다. 일본에서도 두 번째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20세 이상 성인의 시력을 손상시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며 “최근 국내 당뇨망막병증 유병률 보고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의 11~20%에서 당뇨망막병증이 발견됐고 3.8~4.6%는 시력을 위협하는 당뇨망막병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 10명 중 1~2명은 당뇨망막병증을 앓는다는 얘기다.

해외의 경우 유병률이 더욱 높다. 당뇨병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당뇨망막병증이 나타날 정도다. 정 교수는 “외국 보고들에 의하면 당뇨망막병증의 유병률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28.8~50.3%로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당뇨의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발병위험이 높다”며 “당뇨 진단 또는 의심 소견을 듣고도 병원에 다니기 싫거나 바빠서 또는 특별히 불편함이 없다는 이유로 7~8년간 치료를 받지 않다가 악화하는 경우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모든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과적, 안과적 관리를 잘 받으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당뇨망막병증은 전신질환 합병증이므로 안과 치료 외에 혈당관리, 금연, 혈압조절 등 전신적인 관리를 같이하면 예후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당뇨망막병증의 발병 여부와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비만·당뇨병 초기 대사수술 효과적"

[메디슈머 시대2-비만·당뇨클리닉<5>당뇨합병증1]③비만·당뇨 초기에 효과적

당뇨병 등 대사질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올해 1월부터 비만수술과 대사수술(비만대사수술)이 건강보험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비만수술이 비만합병증으로 발병되기 쉬운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사수술은 이미 발병된 당뇨병을 조기에 치료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대사수술의 당뇨병 호전 효과는 일부 환자의 경우 당뇨약을 끊어도 될 정도의 ‘완전관해’ 상태로 나타난다. 대체로 BMI(체질량지수) 27.5 이상인 비만체형이면서 제2형(후천성) 당뇨 환자가 진단 초기에 대사수술을 받으면 완전관해까지 기대할 수 있다.

대사수술의 가장 큰 효과는 체중 감소다. 비만합병증으로 나타난 당뇨병의 원인이 비만이기 때문에 체중이 감소하면 당뇨병의 원인도 사라져 완전관해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사수술에 따른 당뇨병의 호전은 △장 호르몬의 변화 △인슐린 분비기능 향상 △담즙산의 증가 △장내 미생물의 변화 등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대사수술 직후 체중이 감소하기 전에도 당뇨병은 호전된다”며 “이는 단순히 체중 감소로 당뇨병이 호전되는 게 아니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학회는 대사수술로 나타나는 당뇨병 치료 효과의 원인을 계속 연구해 비만 환자뿐 아니라 마른 환자의 당뇨병도 효과적으로 치료 및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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