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시 주변 '정원 딸린 좋은 집'이 안 팔린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3.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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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된 1946~65년 베이비붐 세대
"생활 편한 도심 가겠다" 매물 내놔
가격 낮춰도 거래 안돼 "클수록 인기↓"

최근 70~80대에 진입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고급 주택을 팔고 보다 접근성이 편리한 도심 속 작은 아파트로 빠져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최근 70~80대에 진입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고급 주택을 팔고 보다 접근성이 편리한 도심 속 작은 아파트로 빠져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국에서 도시 외곽에 있는 고급 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생)들이 고령에 접어들면서 각종 의료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진 도심 아파트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미국 남서부 선벨트 지역의 대형 고급 주택 매물이 최근 시장에 대거 나오고 있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남부 해변의 대형 주택들은 2000년대 초반 대거 지어졌다.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자 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이 도시와 한참 떨어진 따뜻한 기후의 바닷가에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고급 주택들을 사들이면서다.

하지만 최근 70~80대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들은 보다 접근성이 편리한 도심 속 작은 아파트로 떠나고 있다. 지은 지 10년이 넘은 낡은 대형 주택의 관리비가 많이 들고 도심과 떨어져 있다보니 의료, 문화시설의 혜택을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도심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고급 주택의 매물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 2월 애리조나의 스카츠데일 지역에서 매물로 나온 300만달러(약 34억) 이상 고급 주택은 349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중 대부분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도 몇 년째 팔리고 있지 않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남쪽 끝인 애슈빌의 벤 베델씨(78) 부부는 2015년 449만달러(약 51억원)에 처음 집을 내놨다. 4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자 최근 가격을 399만달러(약 45억원)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부는 "도시 외곽에 위치해 손자들이 찾아오기도 쉽지 않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것도 어렵다"며 "집이 팔리면 도시의 더 작은 집을 구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체 팜 해링턴은 "크고 비싼 집일수록 팔리지 않는다"며 "특히 관리, 보수 비용이 많이 드는 오래된 대형 주택 소유자들은 가격이 절반 이상으로 떨어지더라도 팔고 나가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주택의 53%는 55세 이상인 베이비 붐 세대가 소유하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도시계획, 인구학 교수 도웰 마이어스는 '고령 주택소유자의 이탈'(The Coming Exodus of Older Homeowners) 보고서에서 "전국적으로 베이비 붐 세대가 80대에 진입하는 2020년대에는 이들의 도심 속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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