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사외이사 반대 29%…삼성전자에 경고장 날린 외국인·기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3.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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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8년간 주총 74개 안건 중 찬성률 90% 밑돈 안건 3건뿐…주총 직후 이사회서 사추위원 교체 결정

박재완 사외이사 반대 29%…삼성전자에 경고장 날린 외국인·기관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 경영진에 경고장을 날렸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를 두고서다.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곧바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을 교체했다.



24일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가 공개한 정기 주총 안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주총 전부터 쟁점으로 떠올랐던 박재완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71.4%에 그쳤다. 박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에 선임하는 안건도 찬성률이 72.0%에 머물렀다.

의결 요건인 찬성률 50%는 훌쩍 넘기며 무난히 통과됐지만 반대표가 30% 가까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다 분기 배당을 포함해 전체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3조8000억원 늘리기로 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한 상황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박 사외이사와 관련된 안건을 제외하면 김한조·안규리 신임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해 재무제표,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나머지 안건은 모두 99% 안팎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삼성전자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2년 정기 주총부터 최근 8년 동안 열린 9차례의 정기·임시 주총에서도 찬성률이 90%를 밑돈 안건은 전체 74건 가운데 올해 박 사외이사 안건을 빼고 단 1건뿐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이상훈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이 역대 삼성전자 주총 최저치인 61.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지난해 이상훈 의장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국민연금(의결권 지분 11%·5억9712만3271주)이 올해 주총에선 박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역대 최저 찬성률이었던 지난해 상황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밝힌 국내외 연기금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주총에 앞서 총 6곳의 해외연기금 가운데 캐나다의 '국민연금'격인 캐나다연기금투자위원회(CPPIB)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플로리다연금 등 4곳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국내에서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가 박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했다. 이들은 박 사외이사가 삼성그룹 소속 공익법인인 성균관대의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점에서 주주 입장에서 이사회를 이끌 사외이사 역할을 하기에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의결권 지분 기준 주주는 국민연금 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특수관계인(12%), 외국인 투자자(60%), 국내 기관투자자(10%), 국내 개인투자자(7%) 등으로 구성된다.

주총 당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법상 박 사외이사의 결격사유가 없고 독립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추위원장을 맡은 김종훈 사외이사는 "사추위에서 박 사외이사 재선임을 논의할 때 박 사외이사를 논의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사추위원을 박 사외이사에서 안규리 신임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현재 사추위원은 김종훈 위원장을 비롯해 박병국 사외이사까지 모두 3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 신임 사외이사가 사회공헌과 사회책임 분야의 전문가로 사추위에서도 폭넓은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선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회사 측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배제하는 등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실제 박 사외이사의 독립성 여부와 별도로 일종의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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