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생리컵 개발한 이 남자…세계가 '혁신' 사례로 주목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03.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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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황룡 룬랩 대표 "생리혈 담긴 건강정보로 여성 삶과 건강 개선"

황룡 룬랩 대표. /사진제공=룬랩.황룡 룬랩 대표. /사진제공=룬랩.


“인류 절반이 일생 절반 동안 겪는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국제가전전시회) 2019’ 현장에서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있다. 세계 최초 스마트 생리컵 ‘룬컵’을 개발한 룬랩이다. 룬랩은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룬랩을 창업한 황룡 대표(사진·35)는 국내에서 생리컵이란 단어조차 생소했던 2014년 스마트 생리컵 아이디어로 두번째 창업 도전에 뛰어들었다. 황 대표는 2009년 인디음악 저작권 관리 플랫폼 ‘사이러스’를 창업했다가 실패했다. 이후 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찾던 중 생리혈이 폐기물처럼 버려지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생리는 여성 몸 속에서 40년간 매달 이뤄지는 중요한 신체 활동”이라며 “생리혈을 통해 다양한 건강정보를 파악한다면 여성 삶과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생리컵 개발을 결심한 황 대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을 온라인을 통해 만나 설득한 끝에 창업팀을 꾸렸다. 생리컵 불모지에서 남성 3명이 신개념 제품을 개발한다니 우려와 편견 섞인 시선이 쏟아졌다. 황 대표는 “스마트 생리컵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개의치 않았다”며 “기술이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이어져 온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2015년 전 세계적으로 생리컵 관련 특허 출원 건수가 급증한 현상을 생리컵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신호로 봤다.

황 대표의 집념 끝에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세계 최초 스마트 생리컵 룬컵이 탄생했다. 이 제품은 하단 센서를 통해 생리량, 혈색, 주기, 심부 체온 등 정보를 측정한다. 이런 정보들을 이용해 생리불순, 월경과다, 자궁근종 등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룬컵은 2015년 말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1개월 만에 4000개가 넘는 선주문을 기록했다. 황 대표는 사용자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다시 개발했다. 황 대표는 “킥스타터를 통해 수집한 피드백을 반영해 많은 부분을 고쳤다”며 “사실상 스마트 생리컵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발한 룬컵은 신체 외부로 나왔을 때만 스마트폰과 통신한다. 건강상 문제는 없지만 사용자들이 꺼려 하는 실시간 통신 방식을 제외한 것. 생리컵 수위가 50%, 75%일 때 서로 다른 진동 알림을 주기 때문에 생리혈 넘침 현상에 미리 대응할 수 있다.

황 대표는 제품 개발과 동시에 원천기술 확보에도 집중했다. 룬랩은 생리컵 관련 특허 6건을 등록 완료했고, 15건을 출원했다. 지난해 기능성 생리컵 ‘레오나’ 특허로 ‘2018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특허청장상을 수상했다. 황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생리컵 확산에 기여하겠다”며 “사용자 불편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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