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트로이목마?" 이탈리아, 中의 손 잡았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3.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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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규모 '일대일로' MOU… G7 중 최초
중국, 트리에스테·제네바 항구 접근권 확보
이탈리아, 가스·에너지 등 중국과 협력사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


이탈리아가 G7(선진 7개국,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을 통한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사업에 참여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탈리아는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지만, 중국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로마 영빈관에서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와 허리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일대일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자리했다. 양국 기업 및 국가 간 총 29개의 양해각서 서명이 진행됐고 사업규모는 총 28억달러(3조2000억원)에 달한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의 대표적인 외교 정책 구상으로 지난 2013년 처음 제안됐다. 중국 주도로 아시아, 유럽 등 전세계 무역, 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이 사업에 동참한 나라는 주로 동남아, 아프리카,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동유럽 등 비주류국이었기 때문에 G7 국가인 이탈리아의 참여 움직임은 큰 관심을 모았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잠재적인 가치까지 고려하면 (이번 사업의 경제 효과는) 200억달러(22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탈리아 상품, 이탈리아 회사, 이탈리아 전체가 승리한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이날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이탈리아의 가스, 에너지,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한편, 중국의 중국교통건설(CCCC)이 중유럽·동유럽과 이어줄 트리에스테 항구(이탈리아 북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또 이탈리아 제노바 항구 개발에도 관여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탈리아 국영은행 '카사 데포시티'(CDP)는 중국은행과 손잡고 약 7억4450만달러(8400억원) 규모의 '판다본드'(외국 기관이 중국 내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하는 채권)를 발행키로 했다. 또 이탈리아 에너지 회사 '안살도 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는 중국의 '유나이티드 가스 터빈 회사'(UGTC)와 가스 터빈 분야 기술 협력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탈리아 가스회사 '스냄'(Snam)은 중국실크로드펀드(SRF)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향후 파이프라인, 저장시설, 액화천연가서 인프라 등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쑤닝은 이탈리아산 제품 수입 확대를 도모키로 하는 한편, 이탈리아 철도 회사 등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과 함께 이탈리아 내에서의 관광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서방국가들은 이번 양국간 양해각서 체결로 인해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이가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외교가와 EU(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중국의 계획이 서방 사회의 결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탈리아의 조치를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 침체를 중국과의 무역 활성화 및 투자 유치로 헤쳐 나가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한편 시 주석은 이탈리아 순방 후 24일 모나코를 거쳐 프랑스로 향할 예정이다. 26일에는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뿐만 아니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 클라우드 EU 집행위원장도 함께 만나 무역, 기후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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