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받은 아시아나항공, 1조원대 ABS로 '불똥' 튀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2019.03.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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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신용등급 한 단계만 낮춰도 조기상환 '트리거'..ABS 투자 개인 피해 우려

아시아나항공/사진제공=뉴스1아시아나항공/사진제공=뉴스1


아시아나항공 (11,050원 ▼70 -0.63%)이 '한정' 감사의견을 받음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ABS(자산유동화증권)의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만 낮춰도 1조원대 조기상환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긴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ABS는 기관 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도 금융사 창구를 통해 상당수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여력이 없는 아시아나항공이 조기상환에 응하지 못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회계감사법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감사의견을 받음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ABS에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정' 받은 아시아나항공, 1조원대 ABS로 '불똥' 튀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에만 수차례에 걸쳐 7200여 억원의 ABS를 발행했다. 재무구조가 나쁜 아시아나항공은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자 '장래매출'을 담보로 ABS를 발행해 '급한 불'을 꺼 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결재무제표상 작년말 현재 ABS 발행 잔액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ABS는 아시아나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BBB-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조기상환하도록 트리거가 설정됐다는 점이다. 현재 신용등급인 BBB-에서 단 '한 단계'만 떨어져도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해 1조원대 상환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의견 '한정'이 나온 만큼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영구채 발행 계획 등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평가에 부담을 느낀 일부 신평사들은 지난해 이미 아시아나항공을 평가대상에 제외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ABS는 기관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들이 나눠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기관 투자자는 내규상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BBB-를 투자 대상에서 제한하거나 비중을 낮게 가져가는 만큼 주로 상호금융 등이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증권사나 은행 PB 등에서 고금리 투자상품으로 개인들에게 팔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의 신용등급 하향이 현실화 되면 이들 투자자들이 1조원대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여력을 볼 때 투자금을 돌려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기상환을 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사실상 '부도'가 날 수 있다"며 "과거 동양그룹 CP(기업어음)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날린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ABS에 투자한 개인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에 대해 재감사를 요구한 만큼 신평사들이 곧바로 감사의견을 하향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 미칠 파급력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자금조달 계획 등을 봐가며 등급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긴급 회의를 여는 등 상황파악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정 감사 의견이 아시아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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