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엘리엇의 창... 현대車그룹에 '완패'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기성훈 기자, 이건희 기자 2019.03.22 11:49
글자크기

(종합)현대차·현대모비스, 주총서 회사안 모두 통과-정의선 체제 본격 개막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 모습./사진=홍봉진 기자현대차 정기 주주총회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싱겁게 끝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완승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엘리엇의 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 제안 줄줄이 부결…현대차 압승=현대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서관 2층 대강당에서 제51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기말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내·외 이사 선임의 건 등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현대차의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을 포함해 모두 1만1117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참여 주주들의 의결권 있는 소유 주식 지분비율은 총 주식 수의 82.1%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올해 쏘나타, 제네시스 등 역대 가장 많은 8종의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라며 "주력 모델과 현지 특화 차종으로 판매를 회복하고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말배당안은 이사회 제시안(보통주 주당 3000원)이 참석주주 가운데 찬성률 86%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보통결의 요건(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4분의 1)을 여유롭게 넘긴 결과다.

엘리엇은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을 요구했지만, 찬성률 13.6%를 얻는 데 그쳤다. 한 주주는 엘리엇의 배당안에 대해 "회사 배당안이 아쉽기는 하지만 엘리엇의 제안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고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표 싸움'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 사외이사 선임안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탈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은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3명의 사외이사는 각각 90.6%, 82.5%, 74.4%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반면 엘리엇 측 후보인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 등은 각각 19.1%, 17.7%, 16.5%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재선임)과 이원희 사장(재선임),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신규선임) 3명의 선임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꺾인 엘리엇의 창... 현대車그룹에 '완패'
◇현대모비스도 동반 '압승'…첫 외국인 사외이사=현대모비스도 엘리엇에 압승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제42기 주총을 열고 안건을 처리했다.

현대모비스의 주총에는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을 포함해 모두 7609만2312주의 주주가 참석했다. 참여 주주들의 의결권 있는 소유 주식 지분비율은 총 주식 수의 80.4%다.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서면 표결을 거쳤으나 모두 부결됐다. 현대모비스측 제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모비스는 현금배당 보통주 기준 4000원 우선주 기준 4050원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로 가결했다. 엘리엇은 이보다 훨씬 높은 보통주 기준 2만6399원, 우선주 기준 2만6449원을 제안했다. 이사회의 숫자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부결됐다.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이다. 찬성률은 21.1%에 불과했다.

신임 사외이사도 칼-토마스 노이먼(Karl-Thomas Neumann) 박사와 브라이언 존스(Brian D. Jones)가 결정됐다. 현대모비스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엘리엇은 로버트 앨런 크루즈(Robert Allen Kruse),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Rudolph William C. Von Meister)를 후보로 추천했다.

사내이사로는 정몽구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회장과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배형근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 부사장 3명의 선임안이 통과됐다.

◇완패 엘리엇 측 "공식적으로 할말 없다"=현대차그룹과의 주총 표대결에서 완패한 엘리엇 측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현대차 주총에 참석한 엘리엇 측 법률대리인은 주총이 끝난 뒤 '(주주 제안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공식 답변은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날 엘리엇의 대리인으로 주총에 참석한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 소속 정두리 변호사는 주주 발언에서 "엘리엇은 한국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삼성물산,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새로운 방안을 찾고자 노력했다"면서 막판 지지를 호소했으나 역부족이었다.

2019년 현대차그룹 시무식을 진행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 2019년 현대차그룹 시무식을 진행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모비스' 대표 오르는 정의선=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차 (232,500원 ▲1,500 +0.65%)현대모비스 (231,500원 ▼3,500 -1.49%) 대표이사에 오른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이날 주총 후 각각 별도 임시이사회를 거쳐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확정한다.

현대차 임시이사회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까지 통과하면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이루게 된다.

현대모비스도 임시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확정하고 나면 정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그리고 박정국 사장 등 3인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성한다.

지난해 9월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으며 영향력을 확대해 온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일련의 계열사 주총을 통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임하게 된다.

실질적인 그룹 경영에 나서게 된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이 1년째 잠정 중단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재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과의 주총 표 대결에서 완승한 현대차그룹이 정 수석부회장 체제 하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