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포럼'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부터 김종대 인하대 교수(좌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머니투데이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정당하면서도 효율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전제 조건과 세부 방안 등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1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제1회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 포럼'을 개최했다.
김종대 인하대 교수(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9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포럼'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재 대표: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핵심 사안 중 하나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들의 독립적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지 여부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률적 여건은 마련이 됐지만 과연 운용사들이 엄격하게 투자 기업들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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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연구위원: 국민연금과 비교되는 글로벌 연기금들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기금인 일본의 GPIF는 의결권 전체를 위탁운용사에 위임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구체적 고민이 필요한데 두 가지 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민간 부분에 맡길 경우, 국민연금이나 국민을 위해 최선인 것이 본인의 이익과는 상충할 때도 있다. 이 경우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위탁 맡긴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하되 실효성을 갖도록 해당 위탁운용사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시장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9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포럼' 패널 토론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들 연금의 의견과 다르게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의결권은 있지만 그 방향은 국민연금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업들은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반대' 받았던 것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열해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반대'를 요구하는 흐름이어서 국민연금이 무리수를 둘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주원 선임연구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9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포럼' 패널 토론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 그렇다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까.
▶이 본부장: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있어 보다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문제가 한창 이슈일 때 사외이사 추천 같은 기준이 전혀 마련돼있지 않아 이런 것들이 불가능했다. 지금 유일한 규정은 주주가치 여부인데, 주주가치의 기준을 뭘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분분한 상황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9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포럼' 패널 토론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 : 이 문제는 사실 민감한 내용이긴 하다.
▶원 부원장 : 방금 이 본부장이 한 말은 일리가 있다. 우리도 주주권 행사에 있어 가장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이 '소급적'과 '처벌'이란 개념이다. 때문에 사전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행사 방법과 기준을 정비할 필요성이 크다. 관건은 '처벌'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한진칼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도 정관변경 수준으로만 제한을 한 게 이런 부분을 염려했던 이유도 있다. 다만, 오너 갑질이 대한항공의 주주가치를 훼손했는지를 따지는 문제에 있어 개인적으론 단순히 주가의 등락보다는 대한항공 같은 대표 항공사가 지금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항공같은 대표 항공사의 주가가 2~3만원대면 문제 있지 않나. 이는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와도 연결된다.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9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가 올랐다고 하셨는데 이는 선행성을 갖는 주가 메커니즘과 연결지어 생각해야 한다. 오너 갑질 사태 이후 주가 오른 것은 오히려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주주제안을 하면서 이 회사의 가치가 미래에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이 본부장 : 많은 분들이 인과관계 측정할 때 상관관계로 말하는데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ESG도 잘한다'고 뒤집어 생각하는게 합리적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도 수익률이 핵심인데 손가락은 ESG를 가리킨다. 최종가치에 대한 검토 없이 중간에 ESG만 강조되다보니 본래 취지가 역행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 기업의 ESG와 성과가 올라가는지 인과관계 여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
▶황 위원 : ESG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일례로 기업의 자금조달을 생각해보자. 모든 부채는 초단기로 조달하는게 가장 좋다. 하루짜리로 조달해서 매일 리뉴하는게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 그런데 아무도 이게 최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효율성만큼이나 불확실성도 커 결과적으로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어서다.
ESG도 이런 관점으로 봐야 한다. ESG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장기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겟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큰 가치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기금의 장기수익성 제고를 위해 충분히 합리화 될 수 있는 부분 아닌가 싶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9 머니투데이-대한민국 연기금포럼' 패널 토론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김 교수 :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 책임투자 분과위원으로서 최근 든 느낌은 ESG의 중요성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가이드라인도 거의 완성됐고 사회 책임 관련 이슈도 많이 대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본래 목적인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가장 잘 작동하기 위해 정부, 국민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선 어떤 매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할까.
▶류 대표: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다. 그런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간섭받기 싫은 기업들은 스스로 합리적으로 경영하고, 주주와 적극 소통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 오히려 많은 주주들이 기업편에 선다. 잘 응대하면 국민연금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황 위원 : 운용사와 의결권 자문기관의 유기적 관계도 중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용평가사들이 위험성 있는 채권에 마구잡이로 AAA등급을 부여했고, 이 등급만 보고 맹목적으로 투자하면서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며 촉발됐다. 마찬가지로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면 이와 유사한 문제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관투자자들 스스로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에 대해서 평가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