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 143분간 쏟아지는 질문들

박희아, 김리은, 임현경 ize 기자 2019.03.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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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143분간 쏟아지는 질문들


‘돈’ 글쎄
류준열, 조우진, 유지태
박희아
: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은 해고 직전의 상황에서 ‘번호표’(유지태)라고 불리는 유명한 작전 설계자를 만나 큰 돈을 벌게 된다. 이상한 거래의 움직임을 감지한 금융감독원 한지철(조우진)은 그들의 뒤를 쫓는다. 긴장감과 스릴이 느껴지는 증권사 브로커들의 치열한 거래 현장과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녹아든 류준열의 연기가 흥미롭다. 류준열의 최근작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고 해도 좋을 작품. 그러나 비슷한 소재를 다룬 해외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야기의 얼개가 엉성하고, 연출과 연기도 이 부분을 극복할 만큼 밀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유지태의 연기가 얼마 전에 개봉한 ‘사바하’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과 흡사한 것도 두 영화를 모두 본 관객이라면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양지의 그녀’ 글쎄
마츠모토 준, 우에노 주리
김리은
: 회사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고스케(마츠모토 준)는 업무 미팅에서 우연히 첫사랑 마오(우에노 주리)를 만난다. 중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하던 마오를 돕던 고스케가 전학을 간 뒤 10년 만의 재회다. 여전히 서로에 대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했던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마오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말 못할 비밀을 홀로 견디며 괴로워한다. 누적 발행 부수 100만을 돌파한 고시가야 오사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의 주제와 연결되는 햇빛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영상미가 돋보이고, 메시지와 연결된 음악 활용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작품의 장르가 전환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고, 비현실적인 설정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만, 독특한 캐릭터마저 납득시키는 우에노 주리의 사랑스러움만큼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우상’ 글쎄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임현경
: 유력한 차기 도지사로 꼽히는 구명회(한석규)는 아들이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는 바람에 정치생명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유중식(설경구)은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실종된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143분 내내 한국 사회에서 벌어졌던 사건·사고를 빗대어 보여주고 인간 본질을 향한 질문을 쉼 없이 쏟아낸다. 모두가 각자의 우상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지만, 잘못된 선택들이 가져온 결과는 비극의 연속이다. 긴 상영시간 매 컷 세밀한 장치를 심어놓은 데 반해, 정작 커다란 핵심 주제는 미처 다 담지 못해 흘러넘친다. 산재하는 종교적 메타포와 훼손된 신체에서 느껴지는 ‘곡성’의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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