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는 휴지일 뿐" 베네수엘라의 비트코인 열풍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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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초급등, 화폐가치 급락에 가상통화로 월급 받고 물건 사는 사람 늘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1년 새 커피값이 3732배 뛰는 나라. 자고 일어나면 주머니 속 현금이 휴지조각 되는 베네수엘라에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암호화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19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BBC는 가상통화가 채굴에 과도한 전기가 필요하고, 돈 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제대로 쓰이는 나라가 없지만, 베네수엘라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상통화가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쓰인다고 전했다.



2017년말 1만9000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80%나 떨어졌다. 하지만 자국 화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시세가 안정적이고, 달러나 유로화 등 다른 화폐로의 환전도 쉽기 때문에 인기다. 정부가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물가상승률 100만%를 기록하는 등 경제 상황이 극도로 불안하다.

"지폐는 휴지일 뿐" 베네수엘라의 비트코인 열풍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인 로컬비트코인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베네수엘라의 가상통화 거래액은 주당 876만달러(약 99억원)에 달했다. 하루에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 가치의 가상통화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가상통화 거래량은 한달에 1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는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겪으면서 거래량이 주춤한 상황이다.



컨설팅업체 에코나날리티카의 아스드루발 올리베로는 "베네수엘라인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월급을 비트코인으로 받고 달러로 환전해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엘리 메레모토(28)씨는 BBC에 "은행이나 다른 기관 없이도 돈을 완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서 "아무런 장애 없이 빠르게 송금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카페나 식당 중에도 가상통화로 결제가 가능한 곳이 생겨났고, 가상통화 인출기(ATM)도 이달 들어 콜롬비아 국경 인근에 설치됐다. 이 ATM에선 가상통화를 콜롬비아 페소화로 바꿀 수 있다. 여전히 베네수엘라 화폐(볼리바르)를 내야 하는 곳에선 필요할 때만 소액의 가상통화를 볼리바르로 환전해 결제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도 가상통화 시장에 발을 들였다. 최근 정부는 가상통화 송금 서비스를 개시하고 송금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자체 가상통화인 페트로를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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