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리vs샤오미, '1700억' 내기 거리가 이겼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3.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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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밍주 회장-레이쥔 회장 2013년 '5년 뒤 매출' 내기…
지난해 매출 거리 2000억 위안대, 샤오미 1749억 위안

둥밍주 거리 회장(왼쪽)과 레이쥔 샤오미 회장./바이두 캡처. 둥밍주 거리 회장(왼쪽)과 레이쥔 샤오미 회장./바이두 캡처.


세계 최대 에어컨 업체와 떠오르는 신흥 IT(정보기술) 업체간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둥밍주 거리(Gree) 회장과 레이쥔 샤오미 회장의 내기가 둥 회장의 승리로 끝이났다.



휴대폰 등 IT기기를 생산하는 샤오미는 19일 저녁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서 지난해 순이익이 135억 위안(2조2718억원)을 기록해, 전년(2017년) 439억 위안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2017년 적자는 특별손실과 일회성 비용 등의 영향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53억6000억 위안 흑자였다. 지난해 총 매출도 174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2.6% 급증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시장 전망치 1760억 위안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준수한 실적이다.

지난해 매출 및 순이익 급증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1138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41.3% 급증한 것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샤오미의 지난해 스마트폰 총 출하량은 1억1870만대로 전년 대비 29.8% 증가했다. 샤오미는 실적보고서에서 "우리는 2018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업계의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분전에도 불구하고 샤오미는 세계 최대 어에컨 업체 거리의 매출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앞서 공개된 거리의 지난해 추정 매출은 2000억~2100억 위안이었다. 최소 추정치인 2000억 위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샤오미보다 251억 위안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둥 회장과 레이 회장간의 '10억 위안(약 1700억 원)' 통 큰 내기는 둥 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중국중앙(CC) TV가 주최한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수상식장에서 기업 가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5년 후 회사 매출이 더 큰 쪽에 10억 위안을 주기로 약속했다. 둥 회장이 당시 "거리는 실물 경제에 속해 있는 기업이지만, 샤오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산'"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자극 받은 레이 회장은 "샤오미 모델이 거리를 이길 수 있는지는 앞으로 5년을 보면 된다. 전 국민이 증인이 되어달라"면서 "5년 안에 우리 매출액이 거리를 이기면 둥 회장이 나에게 1위안을 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어 둥 회장이 "내기를 하려면 10억 위안으로 하자"고 맞받아쳐, '1700억 원' 짜리 내기가 이뤄졌다.

당시 스마트폰 등 IT제품을 생산하는 샤오미가 중국의 신경제를,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거리가 중국의 전통 제조업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내기가 큰 화제가 됐다.


5년 만에 중국 스타 CEO들간의 대결에서 승패가 갈렸지만 실제로 레이 회장이 10억 위안을, 둥 회장에서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 금전 거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자존심 싸움이었고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는 거리의 매출을 뛰어넘는 데는 실패했지만 지난 5년 동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내기를 했던 2013년만 해도 샤오미의 매출액은 316억 위안으로 거리 1200억 위안의 4분의 1에 그쳤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거리 매출의 83~87%까지 격차를 좁혔다. 지난해에는 상장에 성공해 레이 회장의 자산이 1100억 위안으로 '중국판 포브스' 후룬이 발표한 '2018년 중국 부호 순위'에서 중국 내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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