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씨(34)가 20일 오전 경기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강도살인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검거 4일째, 계획범죄 정황이 나오는 가운데 범행 동기·사건당일 상황 등 의문이 꼬리를 문다. 특히 김씨가 20일 오전 "내가 안 죽였다"며 진술을 번복해 사건은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사건 당일 아파트 CCTV(폐쇄회로 화면)를 보면 김씨 등 4명은 이날 오후 3시50분 처음 아파트에 들어섰다. 10여분 뒤인 오후 4시5분쯤 이씨 부모가 아파트에 들어섰다.
20일 경기도 안양시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 친구 김모씨(62)는 "지금 아파트로 이사 온 지 딱 두 달째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아들 문제로 채권자에 시달리다 이사했는데 주소를 아는 걸 보면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일 이씨 집에 있던 현금 5억원의 존재를 알고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의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이씨 동생 이희문씨(31)가 중고차 판매상에게 고가 승용차인 부가티 베이론을 15억원에 판매해 10억원은 통장으로 나머지는 5억원은 현금으로 부모에게 건넨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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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이씨 아버지가 2000만원 빌려놓고 갚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평소 채권자가 채무자를 살해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게 프로파일러들의 분석이다.
김씨를 제외한 공범 3명은 마치 준비한 것처럼 사건이 일어난 당일 밤 11시51분쯤 일제히 중국 칭다오로 모두 출국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김씨가 보유한 1800만원을 회수하고 남은 4억800만원과 공범 3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삿짐센터 불러 시신 유기…카톡으로 어머니 행세 = 김씨 등 공범 3명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김씨 등은 B씨의 시신을 집안 장롱에, A씨의 시신은 열리지 않게 포장한 냉장고에 넣어 이삿짐센터를 이용해 경기도 평택시 한 창고에 유기했다.
CCTV에서 사건 당일 밤 10시25분 공범 3명이 집을 나왔고 김씨는 26일 오전 10시10분쯤 마지막으로 집을 나왔다. 평택시 창고에서는 A씨의 시신과 함께 A씨가 사용하던 고가의 수입차량도 발견됐다.
김씨 등은 이삿짐센터 직원 등이 집에 들어와도 쉽게 확인할 수 없게끔 현장을 깨끗이 치워 놓았다. 특히 김씨는 B씨를 살해한 뒤 휴대전화를 가지고 카카오톡으로 이씨 동생과 연락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곧바로 변고를 눈치채지 못한 이씨 동생은 메신저 대화는 되지만 직접 통화가 되지 않는 것이 수상히 여기다 지난 16일 경찰에 실종신고 했다.
◇김씨 "제가 안죽였어요" 번복…이희진은 '침묵' =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안양 동안경찰서를 나서면서도 "내가 안 죽였다. 억울하다"고 했다.
김씨는 전날 경찰조사에서 인터넷으로 고용한 공범 3명이 우발적으로 이씨 부모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채무관계 2000만원을 갚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다 번복한 것이다. 경찰은 김 씨가 자신의 공범에게 죄를 미루려고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아들인 이희진씨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씨는 전날인 19일 발인을 마친 후 따로 간단한 입장표명을 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말을 아낀 채 장지로 떠났다.
이씨의 부모는 수원에서 화장을 마치고 용인의 한 수목장에 안치됐다. 이씨는 부모의 장례를 마친 후 오는 22일 오후 9시까지 서울남부구치소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