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성 현대건설 문화홍보실 대리(2008년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사진)
'13:15, 런던 히드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8시 40분경 집에서 나왔다. 노원역까지 택시를 타고 간 후, 중계역 방향에서 오는 공항버스를 탔다. 공항버스는 얼마쯤 가다가 멈추더니, 요금을 징수하고 다시 출발했다.'('공항' 챕터 중 도입부)
손 대리는 "휴대전화도 없었기 때문에 밤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자세히 기록했어요. 그날 뭘 먹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물론이고 샤워를 몇 번 했는지, 테이블에 친구들이 어떤 위치에 앉았는지까지 자세하게 적었죠."
10여년 전 보름간 매일 밤 공들여 쓴 일기는 다녀온 지 10년이 지나 여행 에세이로 탄생했다.
손 대리는 "대학교 때 수업을 통해 여행도 문학의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걸 듣고 감명 받았어요. 당시만 해도 여행에세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죠. 우리나라엔 여행문학이란 장르가 따로 없으니 새 장르를 개척하는건 어떨까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손 대리가 가장 즐겨 보던 책 중 하나는 지리부도였다. 세계지도를 보고 각국의 수도와 국기를 외우며 세계를 누비는 꿈을 꿨다.
초등학교 3학년 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전세계 33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지에선 그 날 그 날의 일정을 정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지아,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국내에선 생소한 여행지 도 눈에 띈다. 사람들이 흔히 가지 않은 곳들을 찾아 혼자 걸으며 느끼는 기쁨이 컸다고 한다.
오는 11월 9일이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올해는 독일 여행을 계획 중이다.
여행지가 아닌 일상에서도 기록하는 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매일 출퇴근 동선과 특이점 등을 적어두는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다를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도 특별함은 녹아있고, 하루하루의 기록이 결국 당시의 생활 모습과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한 문학작품이 될 수 있다는게 손 대리의 신념이다.
"안네의 일기도 본인의 일상을 담은 기록일 뿐이었지만 먼 훗날 당시의 시대상을 가장 잘 반영한 역사서로 남게 됐죠. 이것이 기록문학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