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산업구조 변화와 기업가 정신

머니투데이 김창훈 KRG 부사장 2019.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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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산업구조 변화와 기업가 정신


세계적 경제매거진 ‘포춘’(Fortune)이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기업. 포춘이 처음 500대 기업 순위를 발표한 게 1955년이다. 그렇다면 당시 50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들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1955년 첫 조사에서 500대 기업에 선정된 후 60년 지난 2016년에도 500대 순위에 포함된 기업은 전체의 12%인 60개 기업에 불과했다. 나머지 88%인 440개 기업은 파산했거나 또는 타 기업에 인수·합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상 2076년이 되면 1955년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됐던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국내로 보자. 2000년 매출 순위 500대 기업 가운데 2017년 50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은 53.0%였으며 나머지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거나 파산했고 그 자리를 신생기업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정보기술)업체만 국한해서 보면 더욱 역동적이다. KRG가 국내 IT업체 중 2001년 기준으로 매출 150대 기업의 10년 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48%인 74개 기업만이 그 자리를 지켰고, 나머지 기업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 우선 시장의 역동성이다. 다이내믹하고 신기술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에서 산업구조의 변화는 전에 없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대기업의 수명은 계속 단축된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전통 제조업 강자들은 퇴보하고 헬스케어와 인터넷 업체들이 많이 포함된 게 이를 입증한다. 게다가 미국 일변도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국내 IT업체 역시 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변혁기에 접어들면서 신진기업들이 속속 시장의 리더로 등장했다.
 
두 번째, 특정 영역에서 특정 기술로 한정된 고객만 상대하던 기업들은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한 컨슈머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소비자 시장은 매순간 가변적인 데다 이전에 비해 훨씬 똑똑한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만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들은 창조적 혁신을 통해 저가에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분투한다. 특정 시장이나 고객에게 안주해 혁신을 미루거나 거부한 기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만다는 교훈이다.
 
세 번째,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기업만이 지속 성장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미래 분석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지금 시대에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경험과 통찰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기술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기술들이 기존 산업과 융합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통찰력은 중요한 경영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통찰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경쟁력은 궁극적으로 한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최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처럼 뿌옇다. 미세먼지를 주변국 탓으로 돌리는 한편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고 미룬다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지금이야말로 우리 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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