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마스크 쓰고 1시간 대기…주주에 고개 숙인 김기남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심재현 기자 2019.03.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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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미세먼지에 대기시간 길어지자 항의 빗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사상 최대 규모인 1000여명의 주주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사옥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주총이 시작되고도 1시간이 지나도록 주주들이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입장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 액면 분할 후 첫 주총이라 주주가 지난해보다 5배 가량 급증하면서 주주등록 확인에 시간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는 78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마이크로그램에 육박한 탓에 주주들이 마스크를 쓰고 야외에서 긴 줄로 대기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삼성전자도 주총장 좌석을 5층 다목적홀과 A·B·C·D 구역에 지난해보다 2배 늘린 800석 규모로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0여명은 좌석없이 선 채로 주총에 참여해야 했다.

입장 지연은 이날 주총장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한 주주는 "아침 일찍부터 주총에 참석하겠다고 경남 마산에서 올라왔는데 한 시간 동안 줄을 서서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이런 방식으로 주주들을 대한다면 삼성전자가 어디까지 갈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은 "추가공간을 마련했으나 부족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별도로 주총장에선 주식 하락에 대한 우려가 빗발쳤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 주식 하락으로 10% 정도의 재산손해를 보고 있다"며 "경영진들이 떨어진 주가를 부양할 수 있도록 좋은 회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임직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으로 주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주들의 안정적인 자금운용을 위해 주가변동과 상관없이 분기배당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한 주주가 손익계산서를 요구하며 내부 비용처리 및 정치자금 제공 내역 등을 묻자 김 부회장은 "정치자금은 제공한 바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주총 진행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다수의 주주들이 주총이 요식행위에 머무르고 있다며 직접 표결을 제안한 것. 이에 김 부회장은 "표결방법에는 투표제도 있지만 거수 기립 등 여러가지가 있다"며 "의장은 회의 진행상황에 대해 적절한 표결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부회장이 이날 제기된 소액주주들의 문제제기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자 다수의 주주들이 반발하는 등 항의가 이어졌다.

한편 이날 주총이 열린 서초사옥 밖엔 해고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회원들이 '이재용 재구속 및 경영권 박탈 촉구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주총장에 들어서려다 경비원들의 제지를 받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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