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승츠비', 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3.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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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속 개츠비, 비극적 결말 맞아… 승리, 버닝썬 게이트로 관련 사건 확장하면서 '승쏘공' 별명도 얻어

빅뱅 승리가 지난해 10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리얼 시트콤 'YG전자'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br><br>'YG전자'는 하루 아침에 기피 1순위 부서인 'YG전략자료본부'로 좌천된 승리가 위기의 'YG엔터테인먼트'를 살려내고 다시 회장님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얼 시트콤이다. /사진=김창현 기자빅뱅 승리가 지난해 10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리얼 시트콤 'YG전자'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br><br>'YG전자'는 하루 아침에 기피 1순위 부서인 'YG전략자료본부'로 좌천된 승리가 위기의 'YG엔터테인먼트'를 살려내고 다시 회장님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얼 시트콤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개츠비의 푸른 정원에서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속삭임을 주고 받으며 샴페인을 사이에 두고 별빛 아래서 부나비처럼 오갔다.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가 버스가 되어 아침 9시부터 자정이 넘도록 시내에서 파티에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중 한 구절이다. 개츠비는 1차 대전 이후 미국이 금주법을 시행하던 1920년 자신의 첫사랑 데이지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마피아 조직과 손을 잡고 부를 쌓았다. 그리고 이 재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매일 밤 많은 이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다보면 본인 소유 클럽에서 수많은 사람을 초대해 파티를 열어 '위대한 승츠비'라는 별명을 갖게된 빅뱅 전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떠오른다. 그는 2016년 MBC '라디오스타'에서 파티를 열고 '트로피'처럼 늘어세워진 여성들 앞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의 사진을 공개한 뒤 '위대한 승츠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부 추구한 '위대한 승츠비'
당시 빅뱅 멤버들도 "승리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푹 빠져있다"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지드래곤은 "(승리가 연 파티는) 장관이었다. 강남에서 논다는 애들은 다 왔다"며 "요즘 얘(승리)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푹 빠져 있는데 밤 12시에 (승리가) 3층 DJ 부스에서 산타 복장을 한 예쁜 여자분들과 디카프리오처럼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승리는 "일본 손님들이 한국에 온다고 해서 핫한 장소를 대관해 '판타스틱 페스티벌 크리스마스 사교파티'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을 본 MC 윤종신은 "이것이 셀러브리티 라이프"라고 치켜세웠고 김구라는 "'개츠비 승리'라고 불러줄게"라고 답했다. 이후 승리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승츠비' 캐릭터로 재등장했고,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승츠비의 사업 수단 '클럽 버닝썬'의 존재를 공개했다.

/사진=JTBC/사진=JTBC
최근 일명 '버닝썬 게이트'가 열리면서 관련 기사에는 '승츠비'라는 승리 별명이 썩 적합하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승리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카톡에는 투자가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듯한 정황이 담겼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추구하는 모습이 개츠비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승리는 2015년 12월6일 밤 11시38분쯤 설립 준비 중이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의 유인석 대표, 직원 김모씨 등과 함께 재력가 고객에게 성접대를 제공하려 한 정황이 담긴 카톡을 나눴다.


승리는 이 방에서 외국인 투자자 일행을 위해 "강남 클럽 아레나에 메인 자리를 마련하고 여자애들을 부르라"고 직원 김씨에게 지시했다. 김씨가 "자리 메인 두 개에 경호까지 싹 붙여서 (중략) 케어 잘하겠다"고 답하자, 승리는 "여자는?"이라 묻고 "잘 주는 애들로"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10분 뒤 채팅방에 "남성 두 명은 (호텔방으로) 보냄"이라고 최종 보고했다.

'위대한 승츠비', 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공개된 카톡에는 유 대표와 승리 등이 '개츠비' 같은 생활을 즐긴듯한 대화도 담겨있었다. 2015년 11월27일 유 대표는 승리 등이 참여한 카톡방에서 "위대한 개츠비 영화를 우리가 만드는거야" "우리 아는 여자는 그날 다 불러보자 진짜. 클럽에 여자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승리는 지난해 7월 첫 솔로 정규 앨범 'THE GREAT SEUNGRI'(더 그레잇 승리)를 발표하는 등 스스로를 '개츠비'와 동일시하기도 했다. 소설·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영문명은 The Great Gatsby(더 그레잇 개츠비)다. 나아가 유리홀딩스는 '승츠비'를 정식 상표 출원까지 했다.

◇비극적 결말의 '개츠비', '승츠비'도?

'버닝썬 게이트' 관련 수사가 점차 진행되면서 승리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뀌었다. 또 혐의 역시 접대 알선 의혹을 비롯해 클럽 마약 투약 유통지 의혹, 경찰과 클럽 유착 의혹, 불법 촬영 영상물 공유 의혹 등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승츠비'라는 별명이 '매우 적합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위대한 개츠비' 속 개츠비는 비극적으로, 파국을 맞기 때문이다.

소설·영화 속 개츠비는 질투에 눈이 먼 데이지의 남편에 의해 뺑소니범으로 몰리고, 데이지 대신 복수의 희생양이 된다. 그가 열었던 파티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지만, 그의 장례식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개츠비에게 목숨을 빚진 데이지조차도 그의 죽음을 외면했다.

가수 정준영, 전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각각 '불법 촬영물'(몰카) 유포 혐의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가수 정준영, 전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각각 '불법 촬영물'(몰카) 유포 혐의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승츠비'가 '버닝썬 게이트' 관련 어떤 결말을 맞게될 지는 지켜봐야하지만, 혐의는 지속되고 있다.

승리의 성접대 알선 혐의가 처음 대두됐을 당시 YG엔터테인먼트는 "승리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보도는 조작된 문자메시지로 구성됐다"면서 "가짜 뉴스를 비롯한 루머 확대 및 재생산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국가권익위원회가 승리가 성접대를 주선했다는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원본을 공익신고 형식으로 입수받으면서, 이 같은 승리 측의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현재 승리는 "허세를 부렸을 뿐"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상태다.

가수 정준영, 전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각각 '불법 촬영물'(몰카) 유포 혐의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가수 정준영, 전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각각 '불법 촬영물'(몰카) 유포 혐의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승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 '승쏘공'… 사건 무한 확장 중

'승쏘공'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1978년 조세희가 쓴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에서 따온 말로 '승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의미한다. 버닝썬 폭행사건으로 시작된 이른바 '승리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걸 빗댄 표현이다.

단순 클럽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관련 사건이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을 비롯해 클럽 마약 투약 유통지 의혹, 여성 물뽕 상습 투약 의혹, 경찰 클럽 유착 의혹, 불법 촬영 영상물 공유 의혹 등으로 뻗어나갔기 때문이다.

'난쏘공'은 1970년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됐던 노동자와 빈민의 삶을 주로 다뤘다. 난쟁이로 상징되는 '가진 게 없는 자'와 거인으로 상징되는 '가진 자' 사이의 대립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대상을 보여주는데, 훗날 작가는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나 긴급한 당시 시대 분위기가 이책을 쓰게 했다고 밝혔다. 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다.

결국 '난쏘공'은 우리 사회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고발, 사람들이 모르고 외면하던 암울한 시대에 대한 고발이었고. '승쏘공'은 사람들이 몰랐던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업계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가 계기가 돼 그의 동료들도 연이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경찰은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 카카오톡 대화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준영이 불법 촬영이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포착했다.

나아가 가수 최종훈(29)의 음주운전 경찰 청탁 무마 의혹, 차태현·김준호 등 1박2일 멤버들의 상습 도박 골프 의혹, 승리와 유 대표 등이 설립한 클럽 바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수사 사건 관련 경찰 청탁 의혹 등의 혐의점을 발견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말레이시아 주재관으로 근무 중인 윤모 총경의 부인 김모 경정을 소환하는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윤 총경 등의 계좌 거래와 통신기록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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