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포드' 잡는다…SK, 美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 착공

머니투데이 애틀란타(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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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폭스바겐 외 BMW·포드 구매담당자도 참석

3월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긴 붓으로 느낌표에 화룡정점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데이브 필립 포드 이사, 스테판 좀머 폭스바겐 이사,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덕 콜린스 미 연방 하원의원, 톰 크로우 잭슨카운티 위원장, 클락 힐 커머스시장. /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3월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긴 붓으로 느낌표에 화룡정점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데이브 필립 포드 이사, 스테판 좀머 폭스바겐 이사,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덕 콜린스 미 연방 하원의원, 톰 크로우 잭슨카운티 위원장, 클락 힐 커머스시장. /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3월1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 커머스시(市).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대형 굴삭기에 SK그룹 로고가 박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행사용 대형 천막 안에선 레이 찰스의 명곡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가 흘러나온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더그 콜린스 미연방 하원의원 등 거물들이 속속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미국 최대 파우치(주머니)형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기공식을 위해서다.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북동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이곳에서 SK이노베이션이 미국내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의 첫삽을 떴다.



◇SK, BMW·포드와도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의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초 이 공장의 양산을 시작, 폭스바겐 테네시공장 등 인근 자동차 생산라인에 매년 전기차 17만대를 만들 수 있는 총 1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이사회 멤버인 스테판 좀머 부품구매 담당 이사 외에도 BMW의 클라우스 바덴 미주지역 구매부장과 포드의 데이브 필립 포드 이사, 잭 맥키 배터리 구매담당 매니저 등도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폭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납품계약을 맺은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미국 현지공장 건설을 계기로 BMW와 포드와도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와 포드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미시간주에 공장을 두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다임러, 볼보 등도 조지아주 주변 미국 남동부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다. SK의 미국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은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공장 부지는 무려 112만㎡(약 34만평). 야구장 90개를 합친 크기다. 앞으로 2025년까지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 총 16억7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를 쏟아붓는다.


우선 2022년까지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을 들여 1차 공장을 짓고, 이후 2025년까지 6억7000만달러(약 7600억원)을 추가 투입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고용창출 효과는 약 2000명에 달한다. 부지를 모두 활용할 경우 연간 생산능력은 총 50GWh로, 최대 6000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최재원 SK부회장 "한미 경제협력 강화 계기될 것"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삼성SDI보다 늦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선(先)수주, 후(後)증설' 전략에 따라 신속하고도 안정적으로 수주잔량과 생산량을 늘려왔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량은 현재 425GWh로, 지난해말 325GWh에서 올들어서만 100GWh나 급증했다. 수주잔액 기준으론 약 50조∼60조원으로, 국내 업계 1위인 LG화학(약 80조원)을 빠르게 추격 중이다.

그러나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서산 공장의 4.7GWh에 불과하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창저우, 헝가리 코마롬에서도 공장을 함께 건설 중인 이유다. 예정대로 2022년 새 공장들에서 양산이 개시되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 60GWh로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글로벌 톱5'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기공식에서 최 부회장은 "오늘 기공식이 한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훗날 미국과 전세계 자동차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역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축하를 전한다"며 "SK이노베이션 공장 건설은 미국내 공장 유치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켐프 주지사는 "SK이노베이션의 공장 건설은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며 감사를 표했다. 클락 힐 커머스 시장은 최 부회장 등 SK 경영진을 향해 "우리는 이미 가족"이라며 "가족끼린 서로 감사하단 말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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