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다시 힘 실어준 文…탄력받는 '비메모리 반도체'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03.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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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제고 방안 주문..삼성전자 2030년 글로벌 1위 비전 제시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3.1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3.19.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을 전면에 내건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신속히 내놔달라"고 주문했다. 국내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성장 잠재력이 큰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 제고방안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업황은 지난해 3분기까지 초호황을 누리다 4분기부터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의 경우 지난해 9월 8.19달러에서 올 2월 5.13달러로 37% 넘게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5.6달러에서 지난달 4.22달러로 거래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67조7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4.8% 줄었다. 올해 1월에도 74조2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악화는 전체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2년간 급등한 반도체 수출로 우리나라 수출구조의 편중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팹리스·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팹리스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데이터 저장장치)를 제외한 이미지센서(눈), 통신칩(귀), CPU(중앙처리장치·두뇌) 등 8000여종의 제품군을 설계하는 분야다. 팹리스에서 설계한 도면에 따라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게 파운드리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에서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하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의 점유율을 3% 수준이다. 전체 시장점유율이 40~50%에 이르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게다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2022년까지 연평균 5%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 1%의 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두번째로 파운드리 7나노 공정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1위업체인 대만의 TSMC 견제에 나섰다. 아울러 경기도 화성에 6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전용 공장도 짓고 있다.

문제는 인력난과 기술격차다. 반도체 투자 초기부터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면서 "관련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올 들어 삼성전자를 지원 사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초 진행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가 끝난 뒤에도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이 부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반도체 시장을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떤가"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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