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 Gerry)가 자당에게 유리한 상원의원 선거구 개정법을 통과시켰면서 생겼다. 당시 새로 획정된 선거구는 자연적인 형태나 문화·관습을 무시하고 괴상한 모양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형태가 그리스 신화 속 도마뱀 '샐러맨더(salamander)'와 같다고 해서 게리 주지사의 이름과 합성해 붙여진 이름이다.
각 정당이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면서 또다시 '누더기 선거구' 논란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매번 총선 과정에서 이같은 문제가 생기지만, 대폭 조정이 이뤄지는 이번 개편에서는 '선거 보이콧'까지 거론됐던 19대 총선의 전처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2012년 2월 19대 총선을 앞둔 당시 국회는 당시 선거구내 인구가 가장 많았던 파주를 포함, 강원 원주, 세종시 선거구를 분구 혹은 신설했다. 지역내 선거인수가 30만명 이상으로 분구대상에 올랐던 △용인 기흥구 △용인 수지구 △이천·여주 △수원 권선구 등에 대해서는 미봉책으로 해당 선거구내 일부 지역을 찢어내 옆 선거구에 편입시키는 '꼼수'를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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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도심지인 용인 기흥구 마북·동백동은 농촌지역이 많은 처인구로 편입돼 "지역 사정을 무시한다"며 주민들의 반발을 샀고,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천시와 같은 선거구로 묶여있던 당시 여주군은 양평·가평으로 편입, 주민들 사이에서 "여주군민이 동네북이냐"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충청권에서도 호남보다 전체 인구가 1만3000명 이상 많았지만, 국회의원이 5명 적어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영호남 구조의 정치지형 하에서 호남 지역의 지역구를 더 잘게 쪼개 의원들을 늘리는 '한국판 게리맨더링'이 발생했던 것.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게리맨더링 논란이 생겼다. 서울과 인천이 각각 1석씩 증가하는 등 수도권에서는 전체적으로 10석의 새로운 지역구가 생겼지만, 농어촌 지역구가 △강원 1석 △전남 1석 △전북 1석 △경북 2석 등 5곳 축소되면서 정치권 내부의 반발이 거셌다. 19대 총선에서 문제가 된 충청·호남 불균형 문제는 대전·충남 선거구를 1석씩 늘려 해결했다.
한편에선 이같은 선거구 획정 문제가 선거제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선거제 개혁으로 선거구 획정의 시계도 불투명해지며 또다시 국회는 지난 15일이던 선거구 획정 기한을 넘겼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다음달 15일까지 지역구 확정을 요청했지만 장담할수는 없다.
결국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가 어떻게 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안 본회의 표결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있다. '명운'조차 가늠이 안되는 깜깜이 투표에서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안을 받아들일지조차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