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들도 당한 감사의견 거절…무더기 '상폐 공포'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김사무엘 기자, 반준환 기자 2019.03.20 05:30
글자크기

라이트론, 긍정적 리포트 나온지 3일 만에 감사의견 거절…3주 전 매수 의견도…케어젠은 배당·자사주 매입까지… 주총데이 다가오는데 상장폐지 '지뢰밭'

@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인기자


# SK증권 (612원 ▼4 -0.65%)은 지난 15일 코스닥 업체 라이트론 (2,235원 ▲110 +5.18%)의 성장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예상한 리포트를 내놨다. 그러나 사흘 뒤인 18일 라이트론은 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앞서 지난달 25일 토러스투자증권은 라이트론에 목표 주가 1만7200원의 매수 의견을 제시했고, 키움증권도 산업보고서에서 사업 전망을 소개했다. 3곳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로 감사의견 변수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3월 정기주주총회를 1주일 가량 앞두고 회계법인 감사의견을 거절당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더기 상장폐지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투자자 뿐 아니라 기업과 관계가 있는 증권사들도 좌불안석이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에게 추가 개선기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나 상황이 간단치 않다.



◇지난해 11곳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올해는=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된 코스닥 상장사는 총 11개였다. 올해는 현재까지 4개 기업이 감사의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공시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곳은 케어젠 (22,800원 0.00%)인데 시가총액이 8218억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코스닥 시총 42위이자 코스닥 150지수 종목이다. 지난 18일 삼정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이 공시됐다.

케어젠 (22,800원 0.00%) 공시를 보면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전년대비 9.6% 증가한 634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5.5% 늘어난 365억원에 달했다. 순이익은 301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1주당 600원의 현금배당과 129억원의 자사주 취득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실적이나 재무구조 모두 문제가 없는 우량기업으로 보였다. 지난 연말에는 하나금융투자에서 목표주가 12만7000원(현주가 7만6500원)의 매수보고서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회계법인에서는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등과 관련해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개인뿐 아니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과 외국인들도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돌발상폐'에 곤혹= 증권사 보고서가 나왔던 라이트론 (2,235원 ▲110 +5.18%)도 감사의견 거절이 확정됐다. 법인 인감 등의 관리소홀과 자금거래와 관련해 의아스러운 부분이 일부 있었다는 것이다. SK증권에서는 라이트론을 '5G(5세대이동통신) 및 액화수소 시장확대 수혜주'로 꼽았다.

이 밖에 KD건설 (682원 ▼13 -1.87%)크로바하이텍 (1,175원 ▼2 -0.17%)은 각각 감사의건 거절, 한정(범위제한)을 받았다. 감사의견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으나 한국거래소 규정상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4년 연속 영업손실(개별기준)’을 기록하는 업체들도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이들은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커진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은 상장폐지 대상이다. 가짜 백수오 사태가 발생했던 내츄럴엔도텍 (2,380원 ▼40 -1.65%)옴니텔 (1,429원 0.00%)은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국순당 (5,660원 ▼20 -0.35%)알톤스포츠 (2,330원 ▲25 +1.08%)도 관리종목 지정이 예고돼 있다.

현행 법규상 기업들은 이달 말까지 예정된 정기주총 1주일 전까지 감사의견을 첨부해야 한다. 시기를 고려하면 이번 주가 한계기업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분수령이다.

◇금융당국 "상폐 유예기간 둬 투자자 피해 최소화"=금융위원회는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인한 무더기 상장폐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상장폐지 유예방안을 추진 중이다.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도 1~2년간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해당 기업들이 곧바로 진행하는 재감사에서 '적정'의견을 받아야 했으나, 앞으로는 같은 상황에서도 상장폐지가 즉각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간 주식거래는 정지되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었다"며 "이번에 케어젠이 상장폐지에 포함될 경우 피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