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韓美 5G 신경전, '세계 최초' 타이틀 보다 중요한 건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9.03.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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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타이틀을 두고 한·미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당초 정부는 이달 28일 5G 단말기 출시를 통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단말 출시 지연, 요금제 반려 등등으로 5G 서비스 개시 날짜는 다음달로 미뤘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세계 최초 상용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는 사이 미국 버라이즌이 당초 계획보다 한달 앞당겨 다음달 11일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5G 스마트폰 단말기는 아니지만 기존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에 5G 신호를 수신하는 액세서리 ‘모토 모드’를 부착해 5G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5G 요금제도 내놨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와 업계가 다급해진 모양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5G폰인 ‘갤럭시S10 5G’를 늦어도 다음달 10일 이전국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고가요금제로만 구성됐다며 한차례 정부로부터 5G 요금제 인가 퇴짜를 맞았던 SK텔레콤도 이번 주, 늦어도 다음주 초 새로운 5G 요금제 인가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정부가 서둘러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개최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요금제를 인가한다면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은 한국이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되면 세계적인 이목을 끌 수 있다. 5G 서비스 모델과 기술 수출 등에도 유리하다. 그렇다 해도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정부나 업계나 ‘세계 최초’ 타이틀에 목매 너무 서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자칫 ‘부실’ 상용화 논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네트워크 환경에서 단말기 품질 안정화 검증작업은 충분히 거친 것인지, 5G 요금제 또한 사업자나 이용자 입장에서 적정한 지 제대로 따져본 것인지 의문이다. 서비스 품질이 불안정하고, 보여줄 콘텐츠마저 없는 상황에서 상용 서비스가 시작될 경우 이용자들은 철저히 외면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송출하며 5G 시대 개막을 알렸다. 하지만 당시에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동식 라우터를 이용한 5G 서비스만 가능한 방식으로 ‘의미 없는 세계 최초’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한미간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서비스 경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미국 버라이즌에게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길 것을 우려해 단말 출시 일정 등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버라이즌의 5G 서비스가 5G 단말을 통한 서비스가 아닌 만큼 이를 의식해 5G 단말 출시를 서두를 이유도 없지만 설사 세계 최초 타이틀을 내준다 하더라도 이보다는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완벽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계 최초’보다는 ‘세계 최고’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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