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제로페이'…신용카드 소득공제 '3년' 연장 키워드 읽기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2019.03.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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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지난해 세제개편안 논의 당시엔 '1년 연장 후 폐지' 가닥…총선 앞두고 역풍에 '화들짝'

'총선'과 '제로페이'…신용카드 소득공제 '3년' 연장 키워드 읽기


'신용카드 소득공제'(카드 소득공제)가 3년 더 연장된다. 지난해 1년 연장으로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것이 또다시 연장된 것이다. 카드 소득공제 폐지와 존속을 놓고 저울질하던 당정이 유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이같은 당정협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 개선"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세법개정 당시 당과 기재부가 카드 소득공제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과 다른 결정이다.



연장 기한도 지난해엔 올해 폐지를 염두해두고 1년으로 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카드 소득공제 폐지 시 불어올 민심의 역풍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당정은 지난해 7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당시엔 카드 소득공제에 1년의 일몰 유예를 부여했다. 평균 2~3년의 일몰 연장에 비해 확 줄어든 연장 기한에 만료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정이 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반발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카드 소득공제를 영구화 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당 정책위 등은 이같은 법안 제출에 난색을 표했다. 이미 폐지로 가닥을 잡은데다 카드 소득공제 도입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한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카드 공제는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와 신용카드 소비 유도이지 조세 감면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자영업자 과표양성화를 위해 카드 소득공제를 처음 실시했다. 신용카드 소비를 유도해 자영업자 소득 수준을 파악하겠다는 목표다.


신용카드로 총급여액의 10% 이상 긁은 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10%(공제한도 300만원 또는 총급여액의 10% 미만)가 적용됐다. 일몰기한은 2002년. 총 3년만 운영하는 한시적 제도였다.

이후 제도는 변형과 연장을 거듭해 총급여액 25% 초과 금액에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15%,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금액은 30%를 공제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연장한 카드 소득공제에서도 공제한도와 공제율 등은 유지된다.

도입 목적이었던 자영업자 과표양성화는 달성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게 걷는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인원은 1999년 134만명에서 2014년 505만명으로 276.9% 뛰었다. 오히려 조세감면 혜택이 고소득 집단에 집중되는 편향성도 나타났다.

지난 11일 국회 입법조사처(입조처)가 내놓은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의 공제액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입조처는 "소득수준별 공제혜택 불균형의 정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15%와 30%로 규정한 결제수단 유형별 공제율이 오히려 '신용카드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조처는 "(공제율)차이가 유지됨에 따라 신용카드 외 결제수단의 사용량 및 그 비중 역시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고 다른 결제수단의 공제율을 확대하는 등 결제수단 다양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당도 지난해에는 신용카드 공제를 받기 위해 일부러라도 국민들이 카드를 쓰는 문제가 있고 이 과정에서 카드 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봤다.

당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조세정책의 대상이 아닌 카드 사업자들까지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며 "카드 사업자를 위한 제도가 아님에도 혜택이 이어져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까지 비판했다.

한창 세법을 심사하던 조세소위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서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주장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정책목표는 달성한 것 아니냐"며 "신용카드로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되는 것과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추경호 자유한국당 기재위 간사 등 야당 의원들이 "이는 국민들한테 13월의 보너스로 인식되는데, 자꾸 1년씩 연장하니 매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로 해서 언론에 이슈가 된다"며 "양성화 차원이 아니고 중산층 소득공제라는 생각으로 3년 연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올해 제도 축소·폐지를 시사하자 여론의 역풍이 불었다.

기재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제도로 운용돼온 만큼 일몰 종료가 아니라 연장돼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총선을 1년여 앞둔 민주당도 '태세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급전환에는 '제로페이'의 실패도 작용했다. 김정우 기재위 간사는 "제로페이는 카드 소득공제 연장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제로페이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정은 지난해 1년 연장 후 폐지를 추진할 무렵 카드 소득공제 없이도 '13월의 보너스'를 유지할 방안으로 도입 직전이던 '제로페이'를 꺼내들었다. 제로페이를 이용한 결제에 카드 소득공제 이상의 혜택을 줘 이용자 확보와 조세감면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구상을 했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실적이 예상보다 초라하게 나오며 당정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올해 1월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총 8633건, 금액으로 치면 1억9949만원이다. 한 기재위 야당 관계자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제로페이 등 정책이 실패하자 카드 소득공제 연장으로 '땜질'하려는 것"이라며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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