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13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에 126명 규모 특수수사팀을 만들어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찰 대응은 카톡 대화를 최초로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가 "경찰 고위직이 유착된 정황이 있다"고 밝히면서 나왔다.
이들이 언급한 경찰총장이 구체적으로 경찰청장을 의미하는지, 지방청장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만, 치안총수에 대한 언급을 섣불리 취급하다간 자칫 수사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
민 청장은 "현재 사실 확인을 위해 내사에 착수한 단계"라며 "(경찰과) 연루된 게 있는지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꾸린 특수팀에는 기존 수사주체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지능범죄수사대, 사이버수사대, 마약수사대 등 지방청 최고 역량 수사팀이 합류했다.
민 청장은 "외압이나 내부 문제에 의해 (수사) 의지가 꺾이거나 (수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지도해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권익위가 경찰을 무시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해 체면도 구겼다.
권익위는 지난달 방정현 변호사로부터 정씨와 그룹 빅뱅 출신 가수 승리(29·이승현) 등 남성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 등 내용이 남긴 카카오톡 대화 자료를 제보받았다.
이후 20일간 심사 과정을 거쳐 지난 11일 대검찰청에 자료를 넘기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파문이 불거진 직후 권익위에 제보 자료협조를 요청했으나 한창 수사 중인 경찰보다 검찰을 택한 셈이다. 정씨 등 대화 당사자들의 경찰 고위직 언급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경찰이 이번 버닝썬 관련 의혹을 털어내지 못할 경우 검찰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총력대응에 한몫을 했다. 버닝썬 사태 해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경찰은 2011년 수사권 조정 당시에도 강남경찰들과 유흥업소 간 유착사건인 일명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 등이 불거지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법무부와 정치권이 수사권 조정에 일정 부분 뜻을 모은 가운데, 버닝썬 파문이 경찰 고위직 유착 의혹으로 번질 경우 지난번 수사권 조정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된 대응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