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내년 세계 팹(반도체 제조공장) 장비 투자액은 670억달러(약 76조원)로 올해보다 27%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이 한창이던 지난해(620억달러) 수준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전체 반도체 장비투자 규모는 53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메모리반도체 경기둔화에 대응해 제조장비 발주를 줄줄이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반도체 경기는 지난해 3분기까지 초호황을 누리다 4분기부터 확연하게 둔화되는 분위기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8.19달러를 기록한 후 올 2월 5.13달러로 37% 넘게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6월 5.6달러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4.22달러에 거래됐다.
반도체 제조업계가 내년부터 다시 장비투자에 시동을 걸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내년 시장 상황이 올해와는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가격하락과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경기 반등 시기가 올 하반기로 당겨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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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부터 쌓였던 재고가 해소되고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다시 시작되면 수요 증가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설비나 장비를 갖추는 데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선행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장치산업"이라며 "올해 수익성과 투자계획을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내년 이후의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