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루머'에 애꿎은 女연예인들만…해명은 피해자 몫?

머니투데이 조해람 인턴기자 2019.03.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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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실시간 검색어→해명 반복...'또다른 피해자 만드는 범죄' 지적도

12일 가수 정준영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입국하고 있다./김창현 기자 chmt@12일 가수 정준영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입국하고 있다./김창현 기자 chmt@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물 범죄가 드러나면서 여성 연예인들이 루머에 신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씨의 불법촬영물 범죄 피해자에 여성 연예인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 연예인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해명하는 패턴이 종일 반복되고 있다. 배우 이청아와 정유미는 12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걱정 말라'는 글을 올려 의혹을 에둘러 부인했다. 해당 배우들의 소속사는 공식입장을 통해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JYP엔터테인먼트도 12일 트와이스 공식 홈페이지에 악성 루머에 대해 "법적으로 가용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경고했다. 배우 오연서의 소속사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도 13일 "당사 소속 배우 관련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루머"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배우 오초희도 13일 SNS에 "정말 아니다. 전 관계없는 일"이라며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몇 통의 연락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여성 연예인들을 향한 루머와 해명이 잇따르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해명은 피해자의 몫인가", "왜 피해자에 이렇게 관심을 갖냐"는 반응도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오후 1시30분경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목록. 루머에 언급된 여성 연예인들은 하루 종일 검색어 목록 상단을 차지했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처13일 오후 1시30분경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 목록. 루머에 언급된 여성 연예인들은 하루 종일 검색어 목록 상단을 차지했다./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지 경각심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어딘가에 영상이 있겠지', '누굴까? 나도 보고싶다'는 생각으로 검색하고 있다"며 "가해자 조사가 가장 우선인데,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나서서 해명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유독 여성 피해자들에 주목하고 대상화하는 풍토가 있다. 이번 정씨 이슈에서는 '피해자'도 아닌 '피해녀'라는 워딩까지 등장했다"며 "정말 중요한 문제인 경찰의 부실수사나 전과자에 관대한 방송계 문화 등에 더 집중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씨의 범죄를 보도한 SBS도 12일 방송에서 "몇몇 이름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며 "확인되지 않고 근거 없는 내용을 퍼뜨리는 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분명한 범죄"라고 루머 확산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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