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미세먼지, 'SKY캐슬' 누르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9.03.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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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닷새째 시행된 지난 5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의 한 도심이 희뿌옇게 보이고 있다.2019.3.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닷새째 시행된 지난 5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의 한 도심이 희뿌옇게 보이고 있다.2019.3.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아버님 집에 보일러 한 대 놔드려야겠어요."

1991년 모 보일러회사 CF에 처음 등장해 히트친 광고문구다. 2019년 봄 이젠 보일러보다 공기청정기다. 부모님 댁에 공기청정기를 보냈다. 양가에 나란히 보내려니 적지 않은 부담이다. 살고 죽는 문제다. 눈 질끈 감을 수밖에.

때아닌 지름신의 강림엔 친정 인근 송도신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몫했다. DC코믹스 배트맨시리즈의 '고섬시티'(Gotham City)가 여기구나 싶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유령처럼 사라졌다.



놀랍게도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신규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이삿짐센터 직원도 먼지를 뒤집어 쓰며 짐을 나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공사는 공기를 못 맞추면 지체산금을 물어야 해 공사 외엔 답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2. 출근길 덕수궁 앞이 낯설다. 돌담길 시작점인 와플집이 썰렁하다. 달달한 와플을 아침 대신 찾는 직장인들로 붐비던 집이다. 하나 살까 하다 걸음을 돌렸다.



주문받는 계산대가 외부로 뚫려있다. 미세먼지가 그대로 조리대로 유입될 것 같아 찜찜하다. 매출이 열 토막 났다는 남대문시장 인근 호떡집 얘기가 실감된다.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경기 남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19.3.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경기 남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2019.3.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2일 오전 10시 기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모두 보통인 곳은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뿐. 지역 경기침체로 집값이 약세를 보인 곳들만 미세먼지 안전지대라니 아이러니다.

#3. 점심시간, 이민이 화두다. '이대론 못 산다', '은퇴 후 동남아로 가자'가 대세다. 그래도 서울 집은 둬야 월세 받아 생활한단다. 근데 너도나도 떠나면 월세는 대체 누가 낸담?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 미래 주거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수도권 만 25~64세, 총 1020명)의 35%가 집을 택하는 요인으로 '자연이 주는 쾌적성'을 꼽았다. 교통 편리성(24%)과 생활편의시설(19%)은 뒤로 밀렸다.

생존 앞엔 SKY캐슬(학세권)도 모래성이다. 그렇다고 모두 숲으로 갈 순 없다. 결국 '미세먼지 프리(free) 하우스'까지 등장했다. 국내 최초 설계 단계부터 초미세먼지를 99.5% 차단하고 고농도산소를 공급하는데 주안점을 뒀단다. 분양가격도 초특급이다. 투룸형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마스크 한 장에도 빈부격차가 묻어난다. 자산규모에 따라 거주지도 미세먼지 프리(free)와 미세먼지 풀리(fully)로 분리되지 말란 법 없다. 미세먼지 재난시대 슬픈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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