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코스닥 하락 배팅 ETF에 '뭉칫돈'이 몰릴까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9.03.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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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KODEX코스닥인버스ETF' 576억 유입·코스닥ETF는 162억 이탈 "실적 부진으로 코스닥 투심 악화"

왜 코스닥 하락 배팅 ETF에 '뭉칫돈'이 몰릴까


코스닥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닥 지수 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어닝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고 재무 상태가 악화된 코스닥 기업들이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수도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11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ETF시장에서 코스닥 지수 하락에 배팅하는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닥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대표 ETF상품인 '삼성KODEX코스닥150인버스증권ETF'에는 최근 1개월간 576억원이 유입됐다.



이는 해당 기간 중 전체 ETF 상품 중 첫 번째로, 전체 주식형 펀드 상품 중에선 두번째로 많은 돈이 몰린 것이다. 특히 이 금액의 67%를 차지하는 388억원이 최근 1주일새 유입돼 이달 들어 코스닥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인버스증권ETF'도 마찬가지다. 이 상품에는 최근 1개월간 13억원이 유입됐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7억원이 최근 1주일간 유입된 금액이다.



반면, 코스닥 상승에 배팅하는 ETF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삼성KODEX코스닥150증권ETF'에선 최근 1개월간 162억원이 이탈했고, 코스닥 상승 시 2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증권ETF'에선 1868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레버리지증권ETF'에서도 같은 기간 58억원이 유출됐다.

인버스ETF에 자금이 몰리면서 거래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높아진 밸류에이션 매력을 바탕으로 코스피 지수가 연초 빠르게 반등하자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인버스ETF의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저점 대비 평균 5.4% 상승했다.

이처럼 코스닥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은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서다. 일례로 코스닥 시총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래 7만원~7만2000원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되는 코스닥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코스닥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내부결산 시점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사실을 공시한 상장사는 23개사로 모두 코스닥 기업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14개사) 대비 64.3% 증가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안요소가 여전한 만큼 코스닥 시장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다만, 700선에서 주요 지지선이 형성되면서 급락세가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지수는 장기하락 추세선의 저항을 돌파하지 못하고 하락해 30일 이평선 수준에서 낙폭이 제한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30일 이평선 수준까지 조정폭이 확대된 만큼 하락세가 멈춘다해도 상승세 복귀보다는 기간 조정으로 진행될 것"이며 "다만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양이어서 700선이 주요 지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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