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하되 소신껏 일하라"…후배 파월에 힘 실어준 버냉키·옐런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3.11 14:50
글자크기

(종합)10일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나란히 출연…파월 "금리변화 서두르지 않을 것…트럼프 비난 때문 아냐"

(왼쪽부터)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재닛 옐런 전 의장, 벤 버냉키 전 의장/사진=CBS '60분' 캡쳐 화면(왼쪽부터)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재닛 옐런 전 의장, 벤 버냉키 전 의장/사진=CBS '60분' 캡쳐 화면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전·현직 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은 당분간 금리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통화정책을 재확인했고, 선배격인 벤 버냉키·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등 두 사람은 이를 지지하고 조언했다.

◇버냉키·옐런, 후배 파월에 "경청하되 소신껏 일하라"=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는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2006~2014년), 옐런 전 연준 의장(2014~2018년), 파월 현 연준 의장(2018~현재) 등 2006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중앙은행 수장격인 전현직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한 나라의 현직 중앙은행 총재가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작은 발언만으로도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례를 깬 것은 지난 2009년 버냉키 전 의장이 이 방송(60분)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때로, 버냉키 전 의장은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대중과 공유하는 쪽을 택해 방송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 함께 출연한 전직 의장들은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후배인 파월 의장에 대한 격려는 아끼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정책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 입김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연준의 의무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버냉키 전 의장은 자신의 책상 위에 붙여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당신이 맞다면 그들이 뭐라고 해도 상관 없을 것. 당신이 틀렸다면 그 또한 그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 없을 것(If you're right, it won't matter what they say. If you're wrong, it won't matter what they say)'이란 격언을 인용해 "그러므로 가장 좋은 일은 당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올바른 결정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전 의장은 "그(파월 의장)가 성공적인 의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사결정시 포용하고, 많은 목소리를 테이블로 끌어 들이고, 주의깊게 경청하는 것 등을 말이다"라고 말했다.


옐런 전 의장은 지난달 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책이나 연준의 사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무역전쟁에 연준을 끌어 들이려는 행정부에 작심비판을 한 바 있다.

◇파월 "금리변화 서두르지 않는다…트럼프 때문 아냐"=한편 이날 파월 의장은 따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연준의 기존 통화정책을 재확인했다. 인내심을 갖고 금리변화(인상)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치이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목표치(2%)에 가까워졌으며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3% 수준까지 근접했다"며 "미국 경제는 양호해 보이고 미국 금리도 중립 수준으로 적절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시스템이 견고해졌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대형 은행의 경우 두 배 이상의 자본력을 축적했는데 이는 손실에 그만큼 견딜 수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는 지난 10년간 더 높은 복원력을 쌓는데 집중했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항상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배들의 격려처럼 행정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된 통화정책을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악관의 압력으로 금리인상을 멈춘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며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인들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정책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한뒤 금리를 동결 중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