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죄다 뜯고 싶다' 스타벅스 직원들 뿔난 이유

머니투데이 이소연 인턴기자 2019.03.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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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똑같은 음악 재생목록에 시달리는 직원들…
스타벅스 음악 선정 자율권 보장하겠다며 대응

/Grub Street 캡쳐 /Grub Street 캡쳐


"사다리 하나 가져다가 매장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모조리 뜯어버리고 싶다."

한 스타벅스 직원이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린 글 일부다. 다른 직원은 "귀를 휩 크림(생크림의 일종)으로 때우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미쳐버리겠다고 호소했다. 대체 스타벅스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타벅스는 최근 매장에서 바리스타들에게 종일 똑같은 음악을 강제로 듣도록 '고문'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논란이 근로자의 노동권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으로까지 확장되자, 스타벅스는 음악 선정에 있어 직원의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공지했다.



미국 잡지 '그럽 스트리트'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동안 스타벅스 직원들은 온종일 뮤지컬 '해밀턴(Hamilton)' '플레이리스트(음악 재생목록)'를 들으면서 일해야 했다. 스타벅스는 미국의 정치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생일인 1월 11일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 해밀턴 재생목록을 그 주 동안 8000개 매장에서 틀었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온종일 계속 들으면 고문이라는 것. 특히 이 2시간 16분짜리 플레이리스트의 노래 38곡 중에는 똑같은 음악도 심지어 여럿이다. 버전만 다를 뿐 똑같은 곡이 무려 8곡이다.



1월 17일 자신을 에밀리라고 밝힌 스타벅스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해밀턴 음악의 팬이지만…. 이젠 아주 그냥 돌아버리겠다"라고 올린 것을 시작으로 억눌렸던 불만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많은 직원이 인터넷에 종일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근무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잡지 '그럽 스트리트'의 보도(1월 29일자) 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매장의 음악 선정을 어느 정도 직원 자율 재량에 맡기는 것은 사실이나, 종종 본사가 지정한 특별 재생목록이 직원의 선택권을 밀어낸다고 한다. 각 매장 아이팟에는 본사에서 사전에 선정한 음악 재생목록이 여럿 있으며 직원이 여기 접근해 음악을 선택하는 건 아주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해밀턴 트리뷰트(Tribute 죽은 사람에게 보내는 헌사)' 재생목록처럼 한두 달에 한 번씩 특별 지시가 내려오면 직원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직원은 "우리가 다른 재생목록으로 바꿔도, 한두 곡 나오다가 결국 특별 재생목록에 있는 음악으로 넘어가 버려요."라고 말했다.


캐나다 CBC 라디오는 똑같은 음악에 종일 노출되는 근무환경을 테러범들이 잡혀있는 수용소에 비유하기도 했다. 라디오에 출연한 신경과학자 제시카 그랜은 "우리는 귀를 닫을 수는 없다."라고 지적하며 직장에서 어떤 음악을 틀지에 대해 고용주와 고용인이 충분한 대화를 할 것을 제안했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는 매장 음악 선정에 있어서 직원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내부 메시지를 사원들에게 공지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웹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음악은 (고객의) 스타벅스 이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고객과 파트너(스타벅스 직원)들은 힙합, 알앤비(R&B) 부 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4000곡 이상의 음악을 돌아가면서 감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은 본사 음악팀 공통으로 선정한 음악들을 튼다. 따라서 한국 스타벅스라고 특별히 K팝이 들리는 일도 없다. 고객을 위해 특별히 '큐레이팅'한 음악을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특별 재생목록을 8개나 만든다.

한편 3월 8일 여성의 날엔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당당하게 세상에 포효하라고 외치는 케이티 페리의 ‘Roar’, 세상을 이끌어가는 여성을 노래한 비욘세의 ‘Run the World’ 등 여성 아티스트의 노래 총 203곡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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