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사는 100억원 부자 보고 시기심 생길 때, 2가지 대응법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3.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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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56>부자를 보면서 부자가 된다…'르상티망'(ressentiment), 시기심의 경제학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부자가 옆집으로 이사오면 시기심이 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은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는 표현은 한마디로 샘이 나고 약이 오르고 시기심과 질투가 나는 복합적인 마음상태를 잘 묘사한다.



그런데 요즘은 내 이웃에 부자가 살면 '배가 아픈' 상황이 생긴다. 예컨대 바로 옆집에 부자가 살 때 그렇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같은 동에 부자가 살 때도 마찬가지다. 부자가 산다는 소문은 금새 퍼진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같은 동에 재산이 100억원인 부자가 살면 기분이 어떨까? 집에 최고급 가구를 들여 놓고 살고 명품 백과 명품 시계를 들고 다니며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걸 보면 어떤 감정이 생길까? 누구는 담담한 척하고 어떤 이는 시기심과 질투를 유난히 많이 느낄 수 있다. 또 누구는 '부자는 다 도둑이야, 착하게 살면 어떻게 부자가 됐겠어'라고 부정할 수도 있다. 누구는 기가 죽어서 가급적 만나는 걸 피하려 들 수도 있다.



만약 옆집에 100억원 부자가 사는데도 마음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아무런 시기심과 질투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세속을 뛰어 넘은 부처다.

철학책을 보면 ‘르상티망’(ressentiment)이란 용어가 나온다. 프랑스어로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질투,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시기심과 질투로 변역할 수 있는데, 예컨대 우리가 옆집의 100억원 부자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 포도’ 얘기는 르상티망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여우가 먹음직스러운 포도를 발견하지만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어 아무리 애를 써도 먹을 수 없게 되자 '이 포도는 엄청 시어서 못 먹어!'라고 말하며 포기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여우)도 100억원 부자(=손이 닿지 않은 높은 곳에 있는 매달린 포도)를 보고 시기심이 생길 때 ‘부자는 나의 가치관과 달라’(=‘저 포도는 엄청 시다’)라고 생각을 바꿈으로써 부자에 대한 시기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기심은 옆집에 사는 100억원 부자에게만 생기는 게 아니다. 예컨대 아는 사람이 명품 백이나 명품 시계를 들고 다니거나 페라리와 같은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 르상티망이 생긴다. 그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외제차를 구입하는 쪽인가요 아니면 '외제차는 필요없어'라고 말하는 쪽인가요?

독일의 철학자 프리디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인간이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행동을 취한다고 말한다.

-대응법 1: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기준에 순응한다(=외제차를 구입한다).
-대응법 2: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기준을 뒤바꾼다(=외제차는 필요없다고 생각을 바꾼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에서 여우는 '포도가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말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대응법 2'의 행동이다. 만약 이웃이나 친구가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고 당신도 비슷한 외제차를 구입했다면 '대응법 1'의 행동을 취한 것이다.

기독교의 성경에는 예수께서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마가복음 10:25),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마태복음 5:3)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니체는 성경이 부자에 대한 시기심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처음부터 '대응법 2'를 가르친다고 비판한다.

니체의 비판처럼 처음부터 부자는 행복하지 않다거나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거나 그리고 부를 쌓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는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은 종교세계에선 몰라도 현실세계에선 바람직하지 않다. 여우는 포도를 따 먹기 위해 최소한 몇 번의 발버둥은 쳤다.

지난 5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인 억만장자(Billionaires 2019) 리스트를 발표했다. 포브스의 부자 리스트에 오르려면 재산이 최소한 10억 달러(1조1200억원)가 넘어야 한다. 포브스는 이들을 ‘10자리 숫자 클럽’(10-figure club)이라고도 부른다. 10자리 숫자는 재산 10억 달러를 의미한다.

포브스가 올해 선정한 억만장자는 전 세계에서 총 2153명에 달한다. 여기에 포함된 한국인 억만장자는 총 40명이다. 한국인 억만장자는 이건희 회장(삼성)이나 최태원 회장(SK) 등과 같이 선대에서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과 같이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 세계 슈퍼리치 상위 500명을 매일 업데이트한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Bloomberg Billionaire Index)를 공개하고 있는데, 10일 기준으로 블룸버그의 500 억만장자 인덱스에 포함된 한국인 억만장자는 총 7명이다.

포브스와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뉴스를 보면서 르상티망, 시기심을 갖기 보다는 더 많은 한국인 억만장자가 생기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리고 많은 보통사람들이 기가 죽고 시기심이 생겨서 '대응법 2'를 취하기 보다는 ‘나도 부자가 돼야지’라고 자극을 받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부자를 보면서 많은 보통사람들이 부자가 되려는 욕심을 갖고 더 많은 노력을 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르상티망이 주는 긍정적인 힘이고, 시기심의 경제학이다. 좁은 우물 안에서 자란 개구리는 넓은 대양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부자가 없는 동네에서 자란 사람은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더 많은 한국 청년들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어'라는 용기와 희망을 갖고 노력을 해서 한국인 억만장자가 100명, 200명으로 불어나기를 희망한다.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인 억만장자 수(40명)는 이미 일본(32명)을 추월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한국인 억만장자 수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사실은 한국 청년에게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본 칼럼은 야마구치 슈(山口周)의 저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다산북스, 옮긴이 김윤경)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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