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남양유업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양동훈 씨는 유니온비엔씨 대표다. 유니온비엔씨는 우유 등 유제품 가공 설비와 포장용기 자재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남양유업의 협력업체다. 자사를 거래처로 두고 있는 회사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 기업 의사결정 과정을 견제하고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전직 임원들을 사외이사에 앉히는 경우도 있다. 사조산업은 오는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박길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박 사외이사는 2010년까지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지낸 전직 임원이다. 지난 1988년 사조산업에 입사해 사조씨에스, 사조산업 대표까지 지냈다. 박씨는 현재 사조그룹 계열사인 사조오양과 사조씨푸드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동원수산도 오는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윤문상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윤씨는 지난 1978년부터 1999년까지 동원수산에 재직한 전직 임원이다.
이같이 그룹 오너나 경영진의 측근 등이 사외이사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등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중 사추위가 있는 95개 가운데 61%에서 경영진이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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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KCC의 경우 사추위에 오너 일가 2명이 참여하고 있고 셀트리온헬스케어, E1, KCC,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은 오너일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사추위 전원이 계열사 전 대표 등 전직 임원으로 꾸려져있다. 사추위가 없는 오너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독립성은 기대하기가 더 어렵다.
정유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매년 정기주총 시즌마다 사외이사 후보자에 대한 독립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경영진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위험이 일반주주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고 주주이익보호측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